국제 정치·사회

"우린 여기서 죽겠다" 그리스에 발묶인 난민들, 난민사망에 시위

발칸 국가들의 선별적 국경 통제로 그리스에 발이 묶인 난민들이 한 난민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22살의 한 모로코 남성이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에서 고압 전류가 흐르는 열차 케이블을 손으로 잡았다가 감전돼 숨졌다. 경찰은 이 남성이 마케도니아의 입국 제한으로 유럽행이 어려워지자 절망감에 스스로 이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난민들의 유럽행 경로인 마케도니아 등 ‘발칸루트’ 국가들은 지난 19일부터 전쟁 중인 시리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3개국 출신 난민들의 입국만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마케도니아는 지난 주말 그리스와의 국경 3㎞에 걸쳐 펜스를 설치해 전쟁 난민이 아닌 이른바 ‘경제적 이주민’의 입국을 통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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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로코·이란·방글라데시 출신의 난민 3,000여 명은 감전사한 난민의 시신을 들고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고, 경찰도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압둘이라는 이름의 한 모로코 난민은 시신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AFP에 “우리는 모두 여기서 죽겠다.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라는 또 다른 모로코 난민도 “왜 우리를 통과시켜주지 않나.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 우린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절규했다. 분노한 시위대는 국경 지대에 마련된 구호단체 천막과 조립식 주택을 파손하고 국경 통과를 허락받은 다른 난민들의 이동을 막는 등 물리적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또 이란 난민들이 철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를 잇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그리스 당국은 이들에게 사흘 안에 국경지대를 떠나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들을 아테네와 테살로니키로 실어나를 열차와 버스를 제공했으나, 여기에 탑승한 난민은 120명에 불과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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