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씁쓸한 반도체의 날

무분별한 흠집내기에… 천덕꾸러기 된 반도체산업


"제조업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제조업의 힘으로 극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 쪽에서 시작된 국가 부도 상황을 '전차(전자·자동차)'와 석유화학 제품, 선박 등을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로 이겨냈다. 그중에서도 1등 공신은 반도체다. 지난 1990년 처음으로 수출 비중 1위에 오른 후 1998년 170억달러, 2009년 310억달러 등 꾸준히 수출금액을 늘리면서 국부를 창출했다.

이 같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예전 같지 않다. 반도체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할 정도로 중시되던 시절은 먼 옛날이 됐고 직업병 문제로 산업 전체가 매도되는 분위기다. 또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킨 게임'을 벌인 결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손꼽을 정도다 보니 특정 대기업만을 위한 업종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대학에서도 성숙산업이라는 이유로 반도체 연구에 대한 지원이 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고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형국이다. 29일로 8회째를 맞는 '반도체의 날' 행사를 앞두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한 이유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시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송전로 건설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국내 투자로는 근래 최대 규모여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역 이기주의에 가로막힌 것이다. 삼성전자의 DS(부품) 부문 직원 수는 4만3,000여명에 달하고 SK하이닉스도 2만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은 고용 규모가 큰 업종이다.

직업병 문제도 마찬가지다. 백혈병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서도 반도체 공정과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반도체 사업장에 취업시키지 마라"거나 외신을 통해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과정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사례가 잊을 만하면 불거져 나온다.

전체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는 올 들어서도 13개 주력품목 중 가장 높은 5.2%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가 중국의 맹추격과 미국의 반격으로 변곡점을 맞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의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해 메모리시장에 진출했고 미국 인텔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새로운 경쟁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까지는 관련 기업과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최근 일부 단체가 무분별하게 반도체 산업 흠집 내기에만 열을 올려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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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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