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크리스탈볼룸. 만찬이 무르익을 무렵 김충호(사진) 현대자동차 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 사장은 자리에 모인 80여명의 고객에게 감사를 표한 뒤 "현대차에 대한 고객들의 비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고객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고객에게서 답을 찾는 기업이 되겠다"면서 평소 현대차에 대해 하고 싶었던 얘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김 사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플로어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평소 고객과의 소통이 부족하다" "현대차의 미래 비전이 무엇이냐" 등 날카로운 고객 질문에 김 사장은 시종 진솔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이날 간담회는 현대차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마음드림'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특히 경영층이 직접 나선다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홈페이지에서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총 1,530명이 지원했고 이 중 80여명을 선정해 이날 하루 동안 남양연구소 견학과 만찬·간담회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남양연구소 투어 프로그램은 충돌시험장, 주행시험장, 수밀 테스트 및 품질확보동을 둘러보고 담당 연구원과의 질의응답 등으로 질 높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과 첨단 기술 개발 현장을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특히 고객들은 간담회 자리에서 평소 현대차에 대해 가졌던 불만과 요구사항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현대·기아차를 합쳐 70%에 가까운 내수 점유율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애정과 기대와는 별개로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탓이다.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도 많지만 인터넷에는 '현대차의 내수-수출 사양이 서로 다르다'는 식의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 같은 오해를 풀기 위해 충돌 시연회를 잇달아 갖는가 하면 공식 블로그에 '오해와 진실' 코너를 만들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잘 알고 있으며 현대차에 대한 안티 정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내 고객의 관심과 성원으로 성장한 기업인 만큼 심기일전해 품질을 더욱 강화하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면서 극복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 곽진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 등 각 부문 경영진이 동호회·블로거·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고객과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