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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은 '한국은행 수준'의 임금피크제 도입계획을 들고 금융위원회를 찾았다가 퇴짜를 맞았다. 금융위가 과도한 임금지급률을 문제 삼아 '불가하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내년 임금상승률(3%)의 절반을 깎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막바지 합의를 벌이는 공공기관들의 눈치싸움이 극심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은에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들과 비교했을 때 보장 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노사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잠정 합의하고 10월 말을 시한으로 세부 사항 및 추가 안건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대상은 58세부터 60세까지 3년이 기준으로 임금 비율은 매년 직전 최고 연봉의 70%를 받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실·국장 등 보직부서장을 맡지 못한 부국장 이하는 220%(1년 차 100%, 2·3년 차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수준을 놓고 금감원 직원들, 특히 한은에서 분리돼 나온 은행감독원 출신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팽배하다.
정부의 압박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한은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58세부터 60세까지 3년간 직전 임금의 총 240%(1년 차 90%, 2년 차 80%, 3년 차 70%)를 지급하기로 했다. 퇴직 전 5년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평균 88%다. 같은 기준(5년)으로 봤을 때 금감원은 82%, 예보는 77%, 산업은행은 58%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기에 앞서 한은이 선수를 쳤다는 말도 나온다. 한 금융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한은은 (임금피크제를 두고) 정부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되기 전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공기업들 간에도 임금이나 복지 수준의 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인 만큼 따라가긴 하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억울한 측면이 크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배부른 소리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은과 비교하지만 말고 시중 은행들이나 기업들과 견줘보라는 얘기다. 실제로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KB국민은행은 56세부터 5년간 적용 전 연봉의 50% 비율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5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48% 수준에 그친다. 삼성전자의 임금피크제는 56세부터 시작해 5년 평균 73.6% 수준이다. 그나마 이들 민간기업은 공기업들과 달리 정년까지 기업을 다니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면 한은의 임금피크제는 말도 안 되고 다른 금융공기업들은 너무 과하다"면서 "일반 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을 때까지 근무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연선·조민규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