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각] 소 잃고 외양간 제대로 고쳐야

송대웅 사회부 차장

"몇 주 전 감기몸살 때문에 동네 의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았는데 C형간염 검사를 해봐야 할지 걱정이에요."

1일 기자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간 의료기관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혈액검사를 받기 위해 주삿바늘로 찌르는 것도 망설여지더라고 했다.

최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 의원에서 감염된 C형간염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 어느새 80명에 근접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지난 2008년 이후 이 병원을 이용한 환자 2,268명에 대해 C형간염 확인검사를 하고 있어 앞으로 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이 의원 원장이 과거 뇌내출혈로 장애등급 2급 판정을 받아 주사를 놓기도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나 오염된 주사기에 의해 전파되는 C형간염은 A형·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어 예방 관리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간암의 17% 정도가 C형간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삿바늘을 재사용하는 등 감염 관리에 소홀한 한 병원의 무책임함 때문에 수십 명의 시민이 잠재적 간암 고위험군이 된 것이다.

하지만 관련 의료단체와 보건당국의 대응은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대신 이 같은 상황을 모면하고 보자는 임시방편 마련에 그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다나의원 원장이 매년 받아야 하는 연수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부각시키며 연수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도 면허신고제 개선협의체 구성 등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연수교육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의료인 면허신고제의 경우 의사면허를 사용하는 의사는 3년에 한 번씩 본인의 근무실태를 보고하고 24학점(매년 8학점)의 연수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통상 2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8시간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 중간에 나가버리거나 대리 출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수교육 어디에도 의료인의 건강상태 등을 점검하는 항목이 없다는 것이다. 학술적 내용을 주로 강연하는 연수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의사협회와 보건당국은 의사의 건강상태를 검증할 수 있는 면허관리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에 나서고 이에 대한 법제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의료법 개정까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얼마 전 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후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병원 내 면회시간 제한 권고' 조치와 같은 실효성 떨어지는 대책을 또다시 내놓아서는 안 된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보건당국이 이번에는 제대로 외양간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송대웅 사회부 차장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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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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