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한 잎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한 해가 저무는 것을 알고 항아리 속 얼음을 보고 천하의 추위를 안다"고 했다. 작은 기미를 가지고 커다란 변화를 미리 알아채는 일은 실생활에서 무척 요긴하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홍수나 가뭄 등 각종 재난과 사고가 좋은 예다. 사전징조를 보이는 일이 흔하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상황에 휩쓸리고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지난달 27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국가가뭄정보분석센터'를 열었다. 앞으로 이 센터는 전국의 가뭄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후 그 결과를 관련 부처와 지자체 및 물 관리기관 등에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된다. 가뭄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과 국가 차원의 예·경보를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다. 아울러 시민들에게 앞으로 쓸 수 있는 물은 얼마나 남아 있고 언제까지 제한급수가 이뤄지는지 등 가뭄 정보도 알려줘 자율적인 물 절약을 유도하게 된다. 그동안 가뭄 관련 정보는 제공기관이나 목적 등에 따라 개방 범위에 차이가 있어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대응이 쉽지 않았다. 국가가뭄정보분석센터의 개소는 이를 통합,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가뭄과 관련한 제반 정보를 빅 데이터를 이용해 표준화할 수 있게 됐고 전국단위의 통합적인 관리 또한 가능해졌다. 근본적 가뭄 해소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재난이나 사고에 대처해왔다. 사전예측을 통한 대비가 하나고 철저한 사후조치가 다른 하나다. 이 가운데 전자가 특히 중요하다. 견기이작(見機而作), 낌새를 살펴서 미리 대비하고 조치하라는 뜻이다. 아무리 철저한 사후조치도 낌새를 알아채고 미리 대비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물론 문제는 예측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수많은 재난이나 사고를 통해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깊이 인식하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문명이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빅 데이터의 활용 등이 그 예다.
날이 갈수록 기후변화를 비롯한 물 환경 전반의 변화가 더욱 커지고 있다. 메마른 여름과 비 내리는 겨울도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확한 기상예측과 보다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물론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론보다는 실제가 중요하고 기술보다는 사람이 먼저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대에 맞는 예·경보 시스템의 구축 및 활용과 함께 국민들의 물 절약 실천을 통해 국민 물 복지를 실현하고 물 걱정 없는 세상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