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임금피크제 말도 못꺼내는 현대차… 30대그룹 계열 절반이 감감무소식

■ 코앞 닥친 '정년60세 시대'… 기업 현장은 지금









임금피크제로 얼마나 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느냐도 숙제지만 여전히 현대자동차와 금호타이어 등 적잖은 사업장은 노사 간 불협화음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재계는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더디게 오르는 모습을 보며 지난달 노사정대타협안에서 임금피크제 법제화가 빠진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2일 재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30대 그룹 계열사 378곳 중 56%인 212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6월 말의 177곳(47%)보다 35곳이 늘었으나 여전히 절반 가까운 사업장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했다. 지난달 LS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뒤 추가 도입 소식은 잠잠하다.

노동조합이 잘 조직된 현대자동차나 금호타이어 등의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임금피크제 도입이 요원한 상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현대차그룹 산하 18개 노조는 "기업의 투자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만으로는 채용이 늘어날 수 없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금호타이어 노사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보상금 지급 등 여러 조건을 주고받으며 협상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노조 집행부 교체시기와 맞물리며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안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를 아직 꺼내지도 않은 상황이다.

CJ그룹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시기를 확정 짓지 못했다.

대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논의가 지지부진하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정년 60세가 법제화되는 내년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많은 사업장이 정년만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는 시행하지 못해 인건비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

기업의 의지와 관계없이 노조가 반대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비대칭적인 법 조항에 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은 정년 60세 시행 시기와 대상은 구체화한 반면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별다른 강제조항을 두지 않았다. 근로자는 내년이 되면 자동으로 정년이 연장되는데 굳이 임금삭감을 감수하며 임금피크제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회사 마음대로 근로자에게 불리하도록 취업규칙을 바꾸는 것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조와 합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재계는 임금피크제 도입 법제화를 원했지만 지난달 노사정 대타협에서는 법제화 대신 관련 행정지침을 만드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기업들은 행정지침이라도 하루빨리 마련돼 임금피크제 도입 근거가 생기기를 고대하고 있고 정부 역시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달 1일 대타협 후속논의를 위해 열린 첫 노사정 간사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며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법제화가 물 건너간 이상 지침이라도 나와야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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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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