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기업 신용위험 재평가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대기업 여신을 느슨하게 관리한 산업은행 등 4곳에 조정을 지시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정 지시는 대기업 신용위험 재평가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라는 메시지여서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자산건전성 분류 조정을 통해 산은·수출입은행·농협과 시중은행 1곳 등 4곳에 다른 은행보다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이 2등급 이상 높으므로 다시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자산건전성 분류 조정도 더욱 강화한 기준으로 들여다봤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4개 은행이 한계 대기업의 미래 채무상환 능력을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봤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기업 여신관리를 점검해 시정 조치한 것은 기업 구조조정 강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산건전성 분류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면 부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분류 조정으로 앞으로 기업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 구조조정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중에서도 산은이나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시중은행에 비해 안이하게 판단한다고 보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압박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STX조선해양·동부제철·대우조선해양 등 최근 부실이 드러난 대기업은 산은과 수은, 농협은행 등의 채권비중이 높았다. 산은과 기은은 STX조선해양의 여신을 정상 대출인 '요주의'로 분류한 반면 시중은행은 고정 이하 부실여신으로 평가했다. 시중은행이 마다한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정책금융기관이 시중은행보다 대비가 덜 된 셈이다.
반면 시중은행 중에 기업여신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KB국민은행은 최근 대기업 여신을 줄이고 상환능력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자산 건전성 분류 조정은 여신금액이 50억원 이상이고 2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차주의 여신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금융회사는 여신에 대해 '상환 가능성, 연체기간, 부도 여부' 등을 종합 판단해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 추정손실' 5등급으로 구분해 건전성을 관리한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기업부채연구센터장은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징후가 있더라도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렸다가 더욱 악화하면 그때 고정 이하 등급으로 분류하는 게 처음부터 고정 이하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원·조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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