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제도 혁신은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애초에 기업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지만 지나친 비용부담 등으로 오히려 시장진출의 진입규제로 변질돼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인증비용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평균 1,3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3배 증가한 3,000만원으로 늘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5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전체 중소기업인 가운데 31%가 높은 인증기준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인증을 취득하려다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중도에 포기한 경우도 22.6%에 달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인증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일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고 영업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역진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13개의 인증제도가 폐지되거나 개선됨에 따라 과거와 다르게 중소기업은 상당 부분 짐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인증 유효기간인 3년 누적 기준으로 기업 수수료·시험검사비·인건비 등에서 1조6,260억원의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증기간 단축으로 인증제품의 조기 출시가 가능해짐에 따라 3년 동안 2조5,890억원의 추가 매출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규제 개선으로 3년간 총 4조2,150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인증규제 정비로 혜택을 입을 중소기업은 약 23만개로 추정된다.
인증 정비는 국제 기준과 일치화, 유사 인증 통폐합, 중소기업계의 애로사항 반영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기 품목 등급은 외국과 동일한 수준인 73개로 조정됐고 국내에서만 운영해온 공간정보 품질인증을 폐지하기로 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총량을 표기하는 탄소성적표지는 환경성적표지로 합쳐 중복 인증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유사한 소프트웨어 인증으로 여겨지는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 선정은 소프트웨어 품질인증으로 통합된다.
중소업계의 건의사항도 상당 부분 받아들여져 비용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전기용품 안전인증 정기검사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안전확인 유효기간을 폐지함에 따라 연간 수수료 비용만 339억원이 절감되고 시험기간 단축에 따른 매출증대 효과도 932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불필요한 인증규제의 무분별한 도입을 차단하고 도입이 불가피한 경우 성과 중심 사후규제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기적합선언 도입을 확대하고 시판품 조사 등 사후관리 강화에 역량이 집중된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인증으로 차별 받지 않도록 정부 조달제도 역시 개선된다. 조달평가시 복수 인증 보유기업에 대한 우대를 없애고 인증이 없어도 공공조달 진입이 가능하도록 시험성적서를 대신 인정해주는 범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인증 정비 개선의 추진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기업의 인증 애로를 상시 접수·처리하는 통합관리 시스템을 이달부터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