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점차 외지인의 입성이 힘들어지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남 3구 내 주민 간의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6년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 강남 3구 주민끼리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집값 상승 여력을 감당하기 힘든 외부 주민들의 강남 입성이 더욱 힘들어지는 연결고리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아파트 매매 10건 중 절반 이상은 내부 거래=12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감정원의 강남 3구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같은 구 내에서 거래가 이뤄진 비중이 2006년 10월 46.7%(3,191건 중 1,491건)에서 올해 같은 달 54.1%(1,877건 중 1,016건)로 7.4%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 내부 거래 비중이 49.5%(1만9,649건 중 9,723건)에서 52.5%(1만1,852건 중 6,225건)로 3%포인트 늘어난 것보다 가파른 증가 폭이다.
구별로 살펴봤을 때 가장 증가 폭이 두드러진 지역은 송파구로 2006년 10월 46.2%에서 올해 10월 56.7%로 10.5%포인트 급증했다. 2006년 1,189건 중 549건이 내부 거래였다면 현재 전체 거래 714건 중 405건이 같은 구 안에서 이뤄졌다.
같은 기간 서초구도 47.4%(857건 중 406건)에서 53.8%(507건 중 273건)로 6.4%포인트 증가했다. 강남구 역시 46.8%(1,145건 중 536건)에서 51.5%(656건 중 338건)로 4.7%포인트 늘어 강남 3구 모두 같은 지역 내 내부 거래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싼 가격·익숙한 주거환경 한몫=이처럼 내부 거래가 늘어난 것은 아파트가 투자상품보다는 실거주로서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외부 투자자에 비해 내부 갈아타기 수요자들의 증가가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아파트를 이용해 투자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과거에는 외부 투자로 인한 손바뀜이 많았지만 실거주가 부각되는 시점에서는 내부에서의 거래 비중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매매가로 외지인이 새롭게 진입하기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2년 10월(8억6,118만원)에 비해 올해 10월(9억6,117만원) 강남 3구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11.6%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강북 지역은 4.2%(3억9,117만원→4억766만원) 상승에 그쳤다.
실제로 강남 3구의 평균 내부 거래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급락하던 2008년 36.8%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시점에 맞춰 강남 아파트를 사들인 외지인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주거환경이 한 번 익숙해지면 계속 비슷한 지역에서 살고 싶어한다는 점도 강남 3구의 내부 거래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서초구 S공인 관계자는 "강남의 생활환경이나 학군 등이 다른 지역보다 우수하다 보니 전세 세입자들도 소형 저가 매물로 갈아타기 위해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