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0시12분 28초(현지시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왼손 엄지손가락이 올라갔다. 베이징 올림픽수영경기장인 수이리팡 광군제(光棍節)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LED 전광판에는 마 회장의 엄지손가락 뒤로 100억위안(약 1조8,130억원)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알리바바의 마술 같은 온라인쇼핑 이벤트에 13억 중국인뿐 아니라 글로벌쇼퍼들까지 열광했다. 이날 0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막을 연 '글로벌쇼핑 페스티벌' 시작과 동시에 180개국 온라인 직구족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쌍(雙)11일' 행사로도 불리는 쇼핑이벤트에서 알리바바의 매출은 불과 1분12초 만에 10억위안을 기록했다. 전광판 앞 오른쪽에 앉아 있던 마 회장의 만족스러운 미소는 기록 경신은 물론 초대박을 예고했다. 오전 11시49분에는 전년 매출인 571억위안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알리바바가 목표로 한 광군제 하루 870억위안 매출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만개 기업과 3만개 브랜드, 600만종의 제품이 참여한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휴대폰이었다. 화웨이·메이주·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가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애플이 뒤를 이었다. 중국인은 유아용품과 화장품을 선호했다. 13억 중국인이 구매한 외국 제품 목록에는 독일의 프리미엄 분유업체 압타밀을 비롯해 뉴트릴론·벨라미스 등 분유와 프랑스의 온천수 화장품 아벤, 한국의 BB크림이 상위권에 올랐다. 거래물품 중 대중 수출국 상위 1∼5위는 일본과 미국·한국·호주·독일이었다. 외국 소비자들이 이번 행사에서 주로 구매한 중국산 제품은 여성의류, 휴대폰 액세서리, 휴대폰이었다.
올해 알리바바가 내세운 광군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취안치우광환제(全球狂歡節·글로벌페스티벌)'. 중국의 광군제를 글로벌 온라인쇼핑의 말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담은 것이다. 이 같은 계획에 걸맞게 25개국 5,000개의 글로벌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아이워치 등 전 제품 할인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