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4일 의원총회에서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정 의장이 15일 열릴 본회의에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 야당이 입법을 거부하는 사태가 비상사태가 아니면 어떤 것이 비상사태냐”며 “(정 의장이 쟁점법안을 직권상정 하지 않으면) 정 의장이 본연의 임무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 원내수석부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친박계(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조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 도중 “(정 의장의)해임을 건의하라”고 외쳤다. 이 대변인 외에도 의총장 곳곳에서 조 원내수석부대표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옳소”와 “맞아”라는 추임새가 들려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5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정부가 처리를 재촉하는 법안들이 많고 또 (야당과)합의까지 이뤘는데 처리가 어려워 보이니 마냥 협조적이지는 않은 정 의장을 향해 감정이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불리는 현행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각 교섭단체의 원내대표들이 합의하는 경우에 법안의 심사기간을 정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심사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본회의로 자동부의된다. 새누리당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전시에 준하는 시급한 상황이라 주장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제적인 경제 위기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 그것(전시상황)보다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여러 가지 경제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꼭 필요한 법을 (정 의장이)직권상정 해주셔야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공세에도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은 없다는 입장을 지켰다. 정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법안(을 직권상정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회법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하는 소리”라며 “법안은 법적으로 (직권상정을) 할 수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기준에 합의하지 못 하고) 올해를 넘기면 선거구가 사라지는 입법부의 비상사태”라면서 “법조인들과 의논해본 결과 대부분 국가적 비상사태로도 볼 수 있다”고 말해 선거구 획정의 직권상정의 가능성은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