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캐릭터 전성시대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성각 원장

바야흐로 캐릭터 전성시대다. 서울 시내 곳곳을 타요버스가 돌아다니고 번화가에 있는 모바일메신저의 캐릭터 상품 숍은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판촉 이벤트로 진행하는 캐릭터 피규어는 너도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구매 인증샷'을 올린다. 많은 기업이 산업으로의 '캐릭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캐릭터 산업은 수출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콘텐츠 산업 수출액 53억달러 중 캐릭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다. 전체 수출의 55%에 이르는 게임 산업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차세대 한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캐릭터는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즐기는 대상이 됐다. '어린이의 감수성을 지닌 어른'이라는 의미를 가진 '키덜트'는 한때 괴짜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키덜트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0~30% 이상의 성장세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키덜트족 증가를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바쁘고 여유 없는 삶이 어린 시절로 회귀하려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과거보다 다양하고 풍족해진 환경에서 키덜트 취향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캐릭터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바로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다. 뽀로로·라바 등 국내 캐릭터뿐 아니라 해외 유명 캐릭터까지 총출동하는 이 행사는 수많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댄다. 친구나 가족끼리 온 관람객들은 다양한 캐릭터로 구성된 전시 부스들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벤트에서 얻은 캐릭터 상품은 덤이다.

이뿐이 아니다. 많은 국내외 바이어가 캐릭터 라이선스를 사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들 바이어는 방송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제작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의류·잡화·화장품 등 다양한 소비재 생산업체나 유통업체 관계자들 역시 바이어로 동참하고 있다. 그래서 행사에 참가한 업체들과 바이어의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지는 '1대1 비즈매칭' 부스 역시 상담을 기다리는 이들로 만원 세례다. 실제로 지난해 행사에서는 초대형 해외 바이어가 참가해 1,200건이 넘는 현장 비즈매칭이 진행됐다. 실상담금액 역시 880억원을 돌파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이뤘다. 단기간에 이렇게 열띤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현장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매년 여름 진행되던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올해 처음 겨울에 개최된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곤혹스럽기도 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더욱 많은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그동안 열정과 노력으로 산업을 키워온 우리 캐릭터 산업 종사자들에게 큰 비즈니스 실적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어지지 않을까 바라본다.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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