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AA+' 롯데케미칼 회사채마저 외면… 우량기업도 돈줄 마른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신용등급 'AA+'의 우량 기업인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는 회사채 시장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실시한 회사채 3·7년물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 결과 2,6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3년물에서 발행 규모를 넘는 1,700억원의 수요를 모았지만 7년물에서 미매각액 600억원이 발생했다. 희망금리 밴드 상단을 7bp(1bp=0.01%포인트)로 높게 잡았지만 장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발행사 측은 유효수요를 넘긴 3년물의 발행 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리고 7년물의 발행 규모를 1,000억원으로 줄여 미매각 규모를 축소한 후 추가 청약을 통해 물량을 소화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의 수요예측 결과는 우량 기업도 회사채 시장의 침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기물인 7년물의 미매각은 얼어붙은 투자심리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된 결과로 해석된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주력 사업 부문에서 중국 경쟁 업체가 성장하면서 경쟁력을 잠식했고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화학 업체들이 가동되면서 가격경쟁력도 하락했다"며 "장기적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AA'급 기업들도 외면 받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으며 실적과 채무상환 능력에 조금이라도 의문이 제기되는 신용등급 'A'급 기업의 경우 회사채 미매각이 속출하고 있는 상태다. 신용등급 'A-'인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지난달 23일 회사채 3년물 700억원의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2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 발행 규모를 500억원으로 축소했다. 신용등급 'BBB+'인 이랜드월드는 지난달 24일 실시한 2년물 600억원의 수요예측에서는 사겠다는 수요가 전혀 없었다. 신용등급 'AA-'인 GS에너지도 지난달 9일 수요예측 결과 10년물에서 250억원이 미매각됐다. 민자 발전회사들이 전력수급 안정화와 수요를 웃도는 설비 공급, 저유가 때문에 수익성이 훼손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역시 신용등급 'AA-'인 동원산업도 지난 8월20일 회사채 3년물 1,000억원의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2012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3년 내리 줄어들며 실적 우려가 제기돼 300억원의 미매각을 냈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주산업의 부실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중국의 경기하강 등에 따른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이 회사채 시장 참여자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회사채 시장의 침체는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회사채 발행 기업들은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발행 금리를 높게 설정해야 하고 이는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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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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