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상외교, AIIB는 한발 늦고 TPP는 아예 빠지고

한국이 빠진 채 사상 최대 규모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되면서 정부의 통상외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이어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는 질타다. 오죽하면 여당에서까지 비판이 나오겠는가.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6일 "AIIB에도 뒤늦게 가입하더니 TPP도 뒷북을 치는 모양새"라고 한탄할 정도다. 정부가 2차 회원국 가입을 추진한다지만 창립국 지위를 놓치는 바람에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견제가 노골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자동차와 기계산업 등에서 우리나라에 강도 높은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엇보다 TPP가 단순한 FTA가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경제·안보동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실기(失機)의 아쉬움은 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그는 이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21세기의 새로운 무역질서를 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TPP는 한낱 무역 이슈가 아니라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인 '아시아 재균형'의 핵심이었던 셈이다. 이런 상징성을 간과하고 한중 FTA에 집중한다며 중국의 눈치를 보다 또다시 실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벌써 한미 FTA의 효과가 반감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자칫하다가는 '환태평양 경제·안보동맹의 낙오자'가 될 판이다. 그러잖아도 글로벌 통상외교 무대에서 한국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통상당국은 이전 정부에서 TPP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가입 결정을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TPP 타결을 계기로 미중 간의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 와중에 국익을 챙기려는 나라들의 이합집산도 활발해질 게 분명하다. 새로운 경제전쟁 환경에 맞는 신(新)통상전략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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