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동남쪽으로 4시간가량 달리면 나오는 체코의 3대 도시 오스트라바시. 이곳 인근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공장은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맞추느라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서병권 현대차 체코판매법인장은 "서유럽 수출물량뿐 아니라 체코 내수물량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체코는 청년 실업률이 낮고 경기도 상대적으로 견조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코를 비롯한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등 4개국을 뜻하는 비셰그라드4(V4)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동구권이었던 이들 4개국은 동서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서유럽에 비해 경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원자력발전소 및 방산 관련 분야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국내 기업들에는 기회 요인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V4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생산거점으로서뿐 아니라 경제성장으로 인해 소비시장으로서도 새롭게 주목돼 있어 우리 기업들이 관심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V4는 성장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과거 동구권이라는 인식이 강해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곳이다. V4에 대한 교역규모도 지난해 기준 수출 114억달러, 수입 20억달러로 아직 작은 편이다.
그러나 지리적 이점뿐 아니라 고학력의 젊은 인구가 풍부해 외국인 투자가 지속되면서 견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V4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게 무협의 조언이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체코와 폴란드·슬로바키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각각 4.3%와 3.5%, 3.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장(2.9%)이 예상되는 헝가리마저 EU(1.9%)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발 빠른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현지에 진출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체코에서 오는 2017년까지 1,200억원을 투입해 연간 자동차 75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램프 공장을 짓고 있다. LG전자는 폴란드에 TV 등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며 LG화학은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설립을 타진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역시 체코에서 2018년 완공을 목표로 1조원을 투입해 연 1,200만개까지 타이어를 생산 가능하도록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진출 분야가 자동차 산업에 편중돼 앞으로는 다각화를 통한 진출확대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V4 역시 자동차 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의약품·의료기기 등으로 다양화할 것을 천명해 관련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체코의 듀코바니 및 테멜렌 원전 확장 프로젝트와 헝가리 팍스 원전 개량사업이 내년부터 순차 발주될 예정이어서 국내 원전 관련 업체들의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V4 공략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초 V4 정상들과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열어 경제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장호근 무협 국제사업본부장은 "정상외교를 활용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현지 진출에 탄력을 받는 등 민관 공동 신시장 개척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베토슬라브 슐렉 주한체코대사관 상무관은 "최근 한·체코 간 정상외교를 계기로 기존의 자동차·기계 분야뿐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기초과학, 의료기기 등으로 양국 간 협력의 접점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오스트라바시(체코)=강도원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