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경이 만난사람] 유경준 통계청장

"빅데이터 분석·활용, 실생활에 도움되는 통계개발 주력"

유경준 통계청장2


단순 수집 넘어 부처·기관 칸막이 없애고 분산된 정보 공유해야

부채 통계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 가계금융조사 보완 추진

내년 '경제 총조사' 등록 센서스 방식처럼 전환 응답부담 최소화


"빅데이터 시대는 통계 수집보다 연계분석을 통해 통계 안에 숨어 있는 유용한 정보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통계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지난 8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유경준(55·사진) 통계청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활 밀착형 통계를 내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체감물가와 실제 물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나의 물가지수'다. 현재 500여개에 이르는 물가지수 측정 대상 중 본인이 가장 많이 쓰는 20여개 품목을 직접 선택해 물가지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내년부터 서비스가 이뤄진다. 올해 정부3.0 우수 사례 대상을 받은 '통계로 찾은 살고 싶은 나의 집'과 유사한 형태로 보면 된다.

5월 취임한 유 청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임 석 달 만에 '빅데이터 통계과'를 신설하고 49개였던 지방 사무소를 34개로 줄이는 등 정보기술(IT) 시대에 걸맞게 조직을 재정비했다. 유 청장은 최근 통계청의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2015 인구주택 총조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올해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자료를 활용해 국민의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등록 센서스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유 청장은 "교통과 통신·IT의 발달에 따라 전수조사에서 등록 센서스 방식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이끌어냈다"며 "조사 예산도 5년 전보다 600억원가량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통계조사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심화하면서 개인의 삶이 팍팍해진 탓이다. 인구주택 총조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유 청장은 "저소득층은 일하러 나가서 집에 없고 고소득층은 사생활 노출을 꺼려 문을 안 열어준다"며 "공공은 물론 민간의 자료를 활용한 빅데이터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사 환경이 녹록지 않을수록 부처별로 보유하고 있는 고유 통계를 공유하는 것은 필수 과제다.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야 수요자 맞춤형 통계 작성과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 청장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자산과 소득·소비에 대한 데이터는 한꺼번에 갖고 있어야 하지만 각 부처가 보유한 통계와 행정자료가 개인 신용정보나 법에 묶여 공유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법상으로는 모든 통계에 대해 접근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부처가 담당하고 있는 개별법에서는 예외조항을 달아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세청이 가진 자료 등을 활용하면 상당한 빅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정부3.0'의 기본 취지가 데이터 공유 개방인데 실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유 청장은 공공 데이터 간 융합뿐 아니라 민간이 가진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그는 "여신협회와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맺을 예정"이라며 "네이버가 가진 검색 자료와 통계청의 센서스 자료를 결합해 강원 창조혁신센터에 창업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이다. 당장 이달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국민 개인별로 천차만별인 가계부채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다. 정부도 7월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내놓고 가계부채 상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유 청장은 "부채 통계 작성은 통계청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라며 "현재 국세청과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금융·이전소득을, 대법원·행정자치부·국토교통부에서는 부동산자산과 자동차 등 실물자산에 대한 행정정보를 입수해 검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득과 자산에 대한 통계만으로는 가구별 맞춤형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유 청장은 "현재 가계부채 총액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거시적인 통계라는 한계가 있다"며 "부채 총액으로 따져보면 큰 문제가 없지만 취업 유무와 소득 등 개별 특성에 따른 위험자에 대한 파악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통계청은 2010년부터 시행해온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현황에 대한 신용정보를 입수해 가구원의 특성에 따른 부채 통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직접 방문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응답 거부 등 정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부채 부문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서는 금융기관별 대출현황 파악이 필수인 만큼 현재 관련 법을 국회에 발의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주요 동향조사는 5년 단위로 진행된다. 조사 범위가 전국 단위인데다 방문조사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현재 전국의 농림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농림어업 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 산업 동향을 조사하는 '2016년 경제 총조사'가 시작된다. 유 청장은 "통계청장은 인구·농림·경제 총조사 등 3대 동향조사를 경험해본 청장과 안 해본 청장으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경제 총조사는 올해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행정자료를 이용해 등록 센서스 방식으로 전환한 것처럼 획기적인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 총조사는 전국 450만개 사업체를 일일이 방문해 종업원 수와 매출액 등을 파악하는 동향조사로 전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아무래도 세금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답변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통계청은 통계 목적 외에 다른 곳으로 자료를 유출한 적이 없다"며 "이번 조사는 각 부처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매출액과 영업비용 등은 행정자료로 최대한 대체해 업체의 응답 부담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리=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대담=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co.kr

사진제공=통계청

He is …

△1961년 서울 △1980년 부산 해동고 △1985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7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1995년 미국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1988년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1998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2010년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관 △2011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2013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013년 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 수석이코노미스트 △2013년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2015년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전문대학원 교수 △2015년 5월~ 통계청장



통계는 도화지와 물감… 정부가 좋은 밑그림 그리게 지원할 것

■ 유청장이 정의하는 통계는
통계청 산하 3개 노조 상대하며 노동문제의 어려움 몸으로 느껴

세종=박홍용 기자 prodigy@sed.co.kr

유경준 통계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노동경제 전문가다. 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두루 거치며 30여년간 노동경제 분야 한 우물만 팠다.

그러나 정작 그도 기관장으로서 노동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유 청장은 "통계청에는 중앙공무원 노조와 지방공무원 노조, 통계청 통계조사관 노조 등 3개의 노조가 있다"며 "취임 직후 노조를 직접 상대하면서 노동 문제의 현실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인 통계조사관 노조와의 임금교섭이 결렬되면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까지 받았다.

일생을 통계와 씨름해온 노동경제학자가 한마디로 정의하는 통계란 무엇일까. 그는 "통계는 도화지와 물감"이라며 "연구소와 대학에서 통계분석을 통해 그림을 그리던 사람으로 도화지와 물감 탓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앞으로 제대로 된 분석을 통해 정부나 학계가 좋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기초통계를 많이 생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통계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것은 화가의 몫인 만큼 양질의 그림 재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목표 이면에는 오랜 기간 연구 분야에서 직접 통계를 가공하고 활용하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유 청장은 "통계청은 그간 통계를 생산하는 것에만 함몰돼 있었다"며 "공공과 민간이 가진 데이터를 연계해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단순 통계 제공자로서 역할뿐 아니라 통계 속에 숨어 있는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는 다원적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경제 전문가로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대안도 제시했다. 유 청장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자본 투입만으로는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혼 여성과 청년층의 고용률을 높이고 외국 인력의 효율적인 도입 논의 확대를 위해 이민청 설립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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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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