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우리 모두를, 우리 술꾼들을 어여삐 여겨 술 한 잔과 아름다운 내일을 주소서." 알코올은 그의 비극적인 삶에 있어 생명의 불꽃 같은 존재였다.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잊힌 고전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비운의 인물 요제프 로트. 그가 생애 마지막 넉 달을 바쳐 쓴 이 책은 힘겨운 삶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던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폴란드인이지만 탄광 노동자로 프랑스에 왔다가 노숙자가 된 술꾼 안드레아스는 어쩌면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 집도 없이 호텔에서 장기투숙하며 떠돌았던 저자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안드레아스를 통해 이야기 속에서라도 휴머니즘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술에 찌든 채 45세 나이로 숨을 거둔 요제프 로프. 거처 없는 세상에서 따스한 고향을 찾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기적을 찾고자 했던 그의 간절함이 책장 곳곳에 배어 있다. 에스파냐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파블로 아울라델이 그린 우울한 느낌의 삽화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