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피디의 Cinessay] '인턴'

노년의 정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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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일없이' 보내야하는 노년의 삶이다. 특별한 취미생활도 없지만, 있다해도 취미생활만 하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럴리 없지만 '돈'이 넘치게 많다해도 '일'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즐겁게 일 할 수 있을까. 쉽지않은 미래라 두려웠는데 뜻밖에도 영화에서 롤모델의 완결판을 찾았다. '인턴'(2015년)의 벤(로버트 드 니로)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전화번호부 책을 만드는 회사의 부사장까지 지낸 경험많은 벤은 창업 2년만에 성공신화를 쓴 온라인 의류쇼핑 회사의 시니어 인턴이 된다. 벤은 젊은 여사장 쥴스(앤 헤서웨이)의 비서격으로 인턴생활을 하는데, 회사와 가정 양쪽에서 힘겨워하는 쥴스의 여러 가지 문제를 특유의 지혜와 성실, 책임감으로 도와주며 제2의 인생을 살게된다. 영화 초반, 퇴직 후 일없이 지내는 벤의 공허한 일상부터 어찌나 격하게 공감이 되는지 닮고 싶은 벤의 모습을 정리해봤다.

1. 젊은이들을 인정하라- 퇴직 후, 어떤 일을 하든, 더 이상 내가 주인공은 아니다. 노욕(老慾)만큼 추하고 끈질긴게 없다. 과거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필요없는 참견과 잘난척을 하는 노인과 일하고 싶은 젊은이는 없다. 시대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의 새로운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고, 나의 경험은 그들을 위한 조언에 머무름에 만족할수 있어야한다. 경험과 능력이 뛰어난 벤 입장에서보자면 쥴스의 여러 고민이 하찮을수도 있다. 하지만 벤은 오바하지 않는다. 실의에 빠진 쥴스에게 격려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벤처럼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는 조언자로 나이들고 싶다.

2. 단정한 외모를 가꾼다- 과하게 치장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외모를 가꾼다는 것은 오늘 만나는 사람, 오늘 처리해야할 일, 오늘을 맞이하는 내 마음가짐의 첫 번째 현실적 표현이다. 벤은 언제나 단정한 모습이다. 멋진 노인의 모습은 젊은이의 아름다움보다 주위를 더 환하게 밝혀준다.

3. 성실할 것, 또 성실할 것-벤은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모두가 외면하는 지저분한 책상도 벤이 치우고 회사의 구석구석, 자신이 모시는 상사의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적절하게 대응한다. 대접받길 바라지않고 갓 입사한 20대처럼 부지런하다. 성실한 사람은 남녀노소를 떠나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나이들었다고 쉽게 반말을 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벤은 언제나 정중한 말과 태도로 회사생활을 한다. '말'이야말로 '인격'의 표현 아니겠는가. 또한가지! 벤은 동료를 따뜻하게 챙긴다. 칭찬은 주변과 나누고 어려움은 같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쉽지않은 일이다. 양념으로, 미국이나 한국이나 여자가 가정과 일을 동시에 잘하기는 너무나 어렵고 결국 가정이 평안해야 일도 잘할수있다는 진리도 새삼 확인했다. 어느날, 눈 떠보면 나도 벤처럼 노인이 되어있을거다. 나도 벤처럼 단정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젊은이들과 격의없이 대화하고 부끄러움을 잃지않은 '좋은 할머니'로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조휴정PD(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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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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