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은퇴를 대비한 금융교육, 노후 자산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고객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연구조직을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원하지만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자산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은퇴자 또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이들 증권사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27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저성장과 저금리로 인해 노후 준비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자산운용 방법에도 기존과 다른 커다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은퇴연구소 명칭은 '100세 시대 연구소'다. 지난 2012년 설립해 국내 처음으로 한국형 노후준비지수인 '100세 시대 준비지수'를 발표하기도 한 연구소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치면서 다른 은퇴연구소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12년 서울대와 함께 '100세 시대 인생대학'을 설립한 후 지금까지 6기에 걸쳐 400명 이상의 수료생을 배출하는 등 고객들의 꾸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부터는 개별기업이나 단체, 농촌 지역을 직접 찾아 비재무적인 분야까지 포함해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인 '100세 시대 아카데미'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의 '은퇴설계연구소'는 다양하고 종합적인 노후 준비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신상근 소장을 비롯해 회계사와 노무사를 포함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종합자산컨설팅은 물론 연금상품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부부은퇴학교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생애설계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이를 확대해 퇴직연금 법인 대상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4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부부은퇴학교는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며 "올해부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조직을 합쳐 종합적인 연금자산관리를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탄탄한 은퇴연구 조직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50대, 새로운 50년을 의미하는 신한금융투자의 '네오(Neo) 50 연구소'는 그룹별 맞춤형 자산관리 컨설팅이 장점이다. 자산가 그룹과 근로자 그룹, 은퇴자 그룹, 주니어 그룹 등으로 나눠 고객에 맞는 은퇴 설계 조언을 해주고 있다. 특히 앞으로 사적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연금기획부를 확대·개편하는 등 연금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자산컨설팅 이외에도 은퇴 전문 잡지 '은퇴와 투자' '은퇴리포트' '글로벌 인베스터' 등의 정기 간행물을 통한 연구활동이 장점으로 꼽히며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기존 은퇴설계연구소를 '라이프(Life) 컨설팅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연금컨설팅과 세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계열 은퇴연구소의 왕성한 활동은 증권사의 은퇴 관련 자산관리 역량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 6월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8조9,273억원으로 지난해 3월(14조2,161억원)보다 4조7,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전체 금융기관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월 16.7%에서 17.3%로 다소 늘었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주로 다루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수요가 여전히 전체 퇴직연금의 70~80%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증권사들은 내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면 은퇴와 관련한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 은퇴연구소의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SA는 연간 납입액 2,000만원에 대해 투자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그 이상일 경우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한번 가입하면 10년간 해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운용 능력과 다양한 맞춤형 상품개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 등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ISA 도입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금 등 노후대비 자금이 ISA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적극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은퇴연구소가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