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스마일마스크 증후군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힙합 듀오 리쌍의 3집 타이틀 곡 '내가 웃는 게 아니야'는 이별의 아픔을 이렇게 복잡하게 표현한다. "아프면 울면 되지 굳이 웃는 이유는 뭘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모순된 행동을 한다. 얼마나 많은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숨겨진 우울증이라고 하는 이 증후군은 업무나 가족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 나타나며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른다.

감정노동자는 이 증후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배우가 연기를 하듯 본 마음을 숨긴 채 만면에 웃음을 짓는 등 직업이 필요로 하는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한다. 감정노동자는 컵라면 상무, 땅콩 부사장, 빵 회장은 물론 최근의 '무릎 꿇어 호통녀'에 이르기까지 모든 갑질 사건에 피해자로 등장한다. 이들이 숨긴 속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감정노동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회학자 앨리 럭셀 혹실드는 "감정을 파는 대신 죽음을 사고 있다"고 묘사한다.

고객의 갑질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최근에는 한 기업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저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시락업체인 스노우폭스는 매장 앞에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게시했다. 안내문에 나오는 '우리 직원들은 누군가에게는 금쪽 같은 자식'이라는 대목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고용노동부가 2일 적응장애와 우울병 등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질병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도록 했다. 이 조치로 텔레마케터·판매원·승무원 등 감정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져보면 감정노동자가 이들뿐일까.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받는 대신 노동을 파는 노동자에게 감정노동은 숙명이다. 갑질 고객을 상대하지 않는 노동자는 있어도 상사의 갑질에서 자유로운 노동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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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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