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흔들리는 수출 돌파구는 없나] 소비·규제완화에 밀린 수출진흥… 무투회의 기능 재조정 해야

외눈박이 무역투자진흥회의

朴대통령,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주재<YONHAP NO-1400>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올해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5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무투 회의장에 내걸린 '내수와 수출 균형성장' 슬로건이 무색하다. /서울경제 DB

박근혜 정부가 '무역'과 '투자' 진흥을 목표로 지난 2013년 34년 만에 야심 차게 부활시켰던 '무역투자진흥회의(무투회의)'가 무역 진흥에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무역 1조달러 국가'라는 타이틀을 반납할 정도로 교역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무역 진흥보다는 내수 활성화와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에 치우치고 있는 탓이다.

규제완화와 내수 활성화 방안은 총리실 주제 규제장관회의,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장관회의 등 행정부 내 다른 협의체를 통해서도 논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무투회의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3·4분기부터 내리 5분기 연속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성장 불균형'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회의 주제를 수출 진흥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투회의는 부활 첫해인 2013년 네 차례, 지난해와 올해 각각 두 차례 등 총 여덟 번 개최됐다. 분기별로 한 번씩 연간 총 4회 개최하겠다는 설립 당시 계획은 안건 부족,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이듬해부터 깨졌다. 안건도 수출 대책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 수출이 정부 대책으로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탓도 있기는 하지만 규제완화로 대변되는 투자 활성화 대책에 방점이 찍힌 결과다.

이와 관련, 여덟 차례에 걸친 무투회의 안건 총 18개 가운데 70% 정도인 12개가 내수 진작책이다. 수출 대책이라고 해봐야 농수산품 수출 확대 방안, 내수 기업 수출 기업화 촉진 대책 등에 불과하다. 그것도 수출 안건이 주로 다뤄진 때는 설립 첫해였고 올해는 지난 7월 한 번 논의에 그쳤다. 글로벌 수요 부진을 이유로 사실상 수출 대책에서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무역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난관에 봉착한 우리 무역의 차세대를 이끌 신성장 산업에 대한 고민을 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하기는 버거워 보일 정도다.

정부도 이런 비판을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세계적 교역 감소에 저유가 등의 악재가 겹쳐 정부 차원에서 묘책 찾기가 어렵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하소연이다. 당장 수출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까지 갉아먹고 있지만 무투회의 연내 개최 계획도 아직 없다. 한 고위관료는 "(수출과 관련해) 내놓을 만한 대책은 다 내놓았고 투자 등 내수진작 대책이 수출과 무관하지도 않다"며 "아직은 더 상황을 보고 추가 무투회의 개최 등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에 쏠린 무투회의의 무게중심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출 지향형 성장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태생적 한계를 감안한다면 기왕에 부활할 무투회의를 수출진흥 창구로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과 같은 국가 주도의 성장이 어렵다면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더 해야 한다"며 "특히 산업 정책이 규제 때문에 부처별로 너무 쪼개져 있는데 무투회의를 정책 컨트롤타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나치게 많은 정책도 구조조정을 해 효율화해야 한다"며 "정책적 합의가 약해지면 정책의 추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무투회의가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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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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