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점주들이 신용카드 결제 거부운동을 벌일 조짐이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상당수 주유소가 신용카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일선 주유소가 실제로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소비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유소협회는 전국적인 신용카드 거부운동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연 매출 10억원 이상 사업자들이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유소의 신용카드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공제율 1.3%로 연 5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전국 대부분의 주유소가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의 연간 영업이익이 3,800만원 수준에 불과해 500만원의 세액공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세제혜택을 받는 대상이 대거 줄어든 것은 유류세 때문이다. 휘발유 1ℓ의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법에서 10억원 이상으로 정했지만 유류세를 제거하고 나면 연 매출 20억원인 주유소라 해도 실제 매출은 9억원인 셈이다.
이 때문에 주유소협회와 일선 주유소에서는 신용카드 거부운동을 검토하며 '휘발유 5만원을 주유하면 세금은 3만1,000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준비한 상태다. 소비자들에게도 과도한 유류세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취지다. 주유소협회 측은 "그동안 매출 중 유류세 부분에 대한 카드 수수료도 주유소가 부담해왔다"며 "세액공제 혜택마저 앗아가는 조치에 주유소 점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단체행동이 전국 1만2,000여 주유소로 확산될 경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또다시 유류세 인하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으로 구성된 유류세는 ℓ당 800원대 이상으로 사실상 고정돼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석유제품 시장의 가격이 내려가도 주유소 판매 가격은 ℓ당 1,300원대가 마지노선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유가 시대에도 온전한 혜택을 못 받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유류세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2005년 마지막으로 유류세를 산정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환경비용·교통혼잡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산정한 세금이지만 교육세를 수송용 연료에 부과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절대적인 세액이 비싸지만 정부 세수의 10%가량이 유류세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세를 유가에 따라 탄력 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탄력세'다. 다만 유가변동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세도 오를 때의 소비자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제다. 지금도 법적으로는 가격폭의 30% 내에서 장관이 유류세를 조정할 수 있도록 문은 열어놓았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류세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기름값 인하폭이 작다며 정유사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며 "10년이 지난 만큼 유류세 산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