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Fed의 인내심, 정부의 조급증

美 금리 인상 시점 신중에 신중… 경기 위축 등 후폭풍 고려한 탓

다시 '올해 어느 시점'이 돌아왔다. 27~28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또다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 5월 미 로드아앨랜드의 한 지역상공회의소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후 세 차례 열린 FOMC 때마다 미 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과는 매번 '이번은 아니다'였다. 이번 FOMC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보니 만약 이번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이제 옐런 의장이 말한 '올해 어느 시점'은 자연히 마지막 남은 12월이 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로 이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준 안팎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다 심지어 연준이 다시 대대적 돈 풀기(양적완화·QE)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니 자칫 연준이 '올해 어느 시점'에서 '어느 시점'으로 선제적 안내(포워드가이던스) 문구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당장에라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처럼 보였던 연준이 차일피일 이를 미루다 보니 시장의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올릴 거면 올리고 말거면 말지 모호한 표현으로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심각한 자금 유출을 우려하는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들조차 "차라리 질질 끌지 말고 당장 금리를 올리라"고 말할 정도다. 금리 인상보다 이도 저도 아닌 불확실성이 더 자국 경제를 힘들게 한다는 이유다.

연준은 왜 이렇게 금리 인상을 주저할까. 답은 옐런 의장이 수차례 밝힌 포워드가이던스에 있다. 바로 '인내심(be patient)'과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합리적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옐런 의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벤 버냉키 전 의장이 미 경기 회복을 위해 단행한 돈 풀기의 뒷수습이다. 대규모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를 종료하고 금융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일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풀어놓는 것은 쉽지만 이를 수습하는 것이 더 어렵다. 특히 금리 인상은 당장 강달러를 촉발해 미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자국 내 기업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를 기록, 7%가 무너진 중국의 경기 침체는 연준의 결단을 더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칫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된다면 되돌이키기 힘든 정책 실패라는 비난은 고스란히 연준에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단 금리를 올리고 나면 이를 다시 내리는 것은 더 어렵다. 옐런 의장이 고용·물가·소비·생산 등 다양한 경제 지표들을 따져가며 금리 인상을 둘러싼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연준의 지루한 인내심을 지켜보며 뜬금없이 국내 정치 문제로 시선이 간다. 지금 우리는 경제도 아닌 때아닌 중고교 역사교과서 문제로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정부가 느닷없이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 계획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시중의 좌(左)편향 일색인 검정 역사교과서들을 바로잡겠다고 나서면서 당장 1년 안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정부 의지다. 당연히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가 일방적 사관을 강요하려 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논쟁이 격화하면서 자칫 당장 시급한 나라살림살이를 위한 내년도 예산안까지 이 소용돌이 속에 표류할 분위기다.

어느 주장이 옳고 그른가에 앞서 드는 우려는 '과정'이다. 과연 이 문제가 지금 온 나라를 둘로 갈라놓으면서까지 서둘러 1년 안에 뚝딱 해치워야 할 만큼 시급한 일인지 의문이다.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연준과 달리 마치 우리 정부는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증'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인내심을 버릴 만큼 서둘러야 할 일인지 다시 고민할 때다.

정두환 국제부장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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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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