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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올해 출판계는 여느 때 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주년을 맞아 다양한 분석의 목소리가 나왔고, 신경숙 표절 논란과 같은 출판계 내부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 되기도 했다.
이에 출판현실을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를 짚어보는 연구기관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통해 올해 출판계 키워드 33개를 선정·발표했다. 3일 기획회의에 따르면 올해 화두로 꼽힌 키워드는 '책의 발견과 연결성'이다.
SNS,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과 교감을 나누는 이들이 늘면서 책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이 과거에 비해 복잡하고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과거의 출판 마케팅은 올드미디어를 활용한 광고, 홍보, 이벤트, 프로모션 등에 주력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등장한 소셜미디어는 출판사와 독자와 어떻게 만나고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며 "이제 출판편집자가 책을 잘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 독자가 어떻게 책을 발견하게 만드는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올 한 해 출판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으며 33개 키워드로 중 하나로 꼽힌 아들러 심리학 도서 '미움 받을 용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얕)' 모두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해 성공한 책이라 볼 수 있다.
역대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를 펴낸 출판사는 다른 출판사들이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대면 마케팅을 사용했다. 책에 대한 브로슈어를 제작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잠재적인 독자들과 직접 만났고, 제목과 카피에 대한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용기, 아들러 등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놓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확산시켰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미움받을 용기는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터진 베스트셀러가 아니었다"며 "철저한 기획과 치밀한 마케팅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씨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한 이후 불거진 '신경숙 표절 논란'도 올해 출판계 키워드로 선정됐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은 '전설' 이 실린 작품집 '감자 먹는 사람들'을 펴낸 창비를 포함해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문학 권력이라고 불리는 출판사들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문학 권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표절에 대한 출판계 내부의 기준 마련 필요성 등 출판계에 다양한 과제를 던졌다.
이밖에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15%로 묶는 내용의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주년'(2014년 11월 21일 시행), '위기의 책잔치', '국정교과서', '여성 혐오' 등이 출판계 키워드로 선정됐다.
/박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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