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려던 방침을 바꿔 일부 유지한 채 보완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보와 기보의 평균 보증비율을 대출금의 85%에서 70%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성이 없는데도 10년씩 보증서 담보대출을 받는 좀비기업을 줄이려는 취지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정책금융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신·기보를 비롯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자금 대출자의 50% 이상이 10년 이상 기업에 몰려 있는 반면 5년 이내 창업기업은 25% 미만에 불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장성이 없는데도 10년씩 보증담보 대출을 받는 기업은 시장이 맡아 구조조정할 수 있게 하고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창업기업을 살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면폐지를 예고했던 연대보증은 일부 제한을 둬 살리기로 했다. 현재 신·기보는 개인사업자는 대표이사, 법인기업은 실제 경영자 한 명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되 기술력이나 신용도가 우수한 창업기업에 한해 면제해준다. 금융위는 올해까지 남아 있는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해 창업 의지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대보증 전면폐지는 실패한 경영자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연대보증이 사라지면 연체기록까지 없어져 방만한 경영으로 폐업한 사업자가 새로 창업해 다른 사람을 내세운 뒤 실질 경영자로 대출을 받을 때 확인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부실 후 회수율이 20%에 불과한데 더욱 낮아지면 결국 보증을 받아야 할 선량한 사업자가 피해를 본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하되 신·기보가 신용등급이나 사업성 등을 자체 심사해 필요할 경우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증서 담보대출의 보증비율을 70%까지 낮추는 방안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의 자체 대출을 높이려는 취지다. 보증서 담보대출은 신·기보가 대출금의 평균 85%를 보증해주면 은행이 85%는 담보대출로, 나머지 15%만큼은 신용대출로 이자를 매긴다. 그러나 은행들이 보증서 담보대출에만 의존하면서 좀비기업의 연명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대출금의 85%를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에 기존 보증기업에 대출을 연장해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기보의 보증서담보대출은 창업기업을 중심으로 단기간 어려움만 막고 이후에는 민간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실장은 "신·기보 보증서에 의존해 장기간 대출을 해온 은행들이 이제는 직접 심사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싼 이자로 정책자금을 이용해온 사업자도 적절한 시기에 졸업해야 더 많은 창업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과 중소기업 경영자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기보가 대신 갚아주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은 대출을 꺼리고 대출할 때도 줄어든 담보만큼 이자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업무 관계자는 "보증비율이 줄어든 만큼 이자를 올릴 수밖에 없고 일부는 보증서를 들고 와도 대출을 해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은행이 서류만 갖고 심사하기 때문에 보증비율이 떨어지면 적극적으로 대출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창업자의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보증을 확대하고 원리금 균등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금은 1년씩 보증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료나 보증심사 부담이 높았다. 앞으로는 5년씩 보증기간을 넓히고 1~2년 후 매년 원리금을 나눠 갚는 대출을 늘리기로 했다. 대출금의 평균 1.5%인 보증료를 줄이고 보증심사에 적용하는 등급도 높여줄 방침이다. 그러나 경영자 대부분은 원리금 균등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이용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장기보증을 약정하고 나면 중간에 부실이 생겼을 때 신·기보가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창업을 시작하면 사업이 잘되더라도 계속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간에 갚기가 어렵다"면서 "장기보증기업을 무조건 좀비기업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조민규기자 w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