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미래로 주목되는 스마트카가 해킹이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해킹에 따른 원격조종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차량 140만대를 리콜한 데 이어 도요타 차량도 사이버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마트카에 사활을 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자율주행을 위해 자동차에 네트워크 부품 장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히로시마시립대 정보과학대학원의 이노우에 히로유키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도요타 차량을 해킹해 무선 조작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엔진과 브레이크를 작동하고 창문을 열고닫는 등 원격으로 자동차를 완전히 통제했다. 이노우에 교수는 실험에 사용된 차량이 도요타의 2013년산 '코롤라 필더 하이브리드' 한 대였지만 다른 자동차들도 같은 방식으로 해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일본 자동차에 대한 해킹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이버 공격으로 자동차가 주행불능에 빠져 사고로 연결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이번 실험과 관련해 자동차의 보안과 안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의 해킹 취약성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보안기술 전문가 2명이 FCA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체로키'를 16㎞ 떨어진 장소에서 해킹해 원격 조종하는 영상을 미국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개했다. FCA는 결국 자사 자동차의 해킹 위험 가능성을 인정하고 해당 차량 140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차량 해킹 문제가 잇따라 지적되자 스마트카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동력체계를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경우 해킹으로 자동차 운영체제가 위험에 처해도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제너럴모터스(GM)는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는 별도 팀을 꾸린 뒤 미군·보잉사와 협력해 해킹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도요타도 차량 내에서 해킹을 차단할 수 있는 보안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규제도입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는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자동차 해킹 방어 기준 제정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스마트카의 해킹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율주행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기 장착이 필수적인데 이 기기들이 바로 해킹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한 자동차 전문가는 "스마트카 산업은 연결과 해킹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각국 정부와 협력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보안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