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A양은 국어와 사회과목이 재밌다. 학교에선 또래 아이들과 수다를 떨고 시험에서 한두 문제 틀리는 게 억울한 13살 소녀다.
겉으로는 일반 아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A양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병명은 수막척수류. 태아기에 척수가 만들어지는 도중에 어떤 이상으로 인해 척추 뒤쪽에 구멍이 나 척수가 흘러나오는 병이다. 이 때문에 A양은 배변장애를 갖고 있다. 3시간마다 소변을 인위적으로 빼줘야 하고 이틀에 한 번은 관장을 해야 한다. 밤에 잘 때도 종종 일어난다.
16일 서울 연희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열린 삼성물산의 희귀난치성 질환 의료비 지원전달식에서 만난 A양은 “복지에는 긴급복지와 노인복지, 아동복지가 있다”며 복지에 대한 생각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A양은 “어머니가 사회복지사셔서 복지 관련 내용은 잘 안다”며 “내년에 중학교에 가면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시험에도 합격하겠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수막척수류 진단을 받은 A양은 지난 11년 동안 전기자극치료를 받아왔고 올 초에도 12시간에 걸친 대형 수술을 받았다. 1년에 20번은 서울에 올라와 치료를 받는다. 약도 매일 한 번씩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려움은 없다. 어린 나이에 힘들 법도 하지만 “서울에 오는 게 즐겁다”고 A양은 너스레를 떨었다. 아버지인 B씨가 “어리광을 피워야 할 나이에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하자 “나는 원래 애늙은이야”라고 웃으며 말을 받는다.
A양네 가족은 이번에 삼성물산에서 치료비로 일정 금액을 지원받았다. 가족은 총 6명인데 어머니의 소득에만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큰 도움이 됐다. 삼성물산은 이날 A양처럼 희귀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우 60명을 포함해 총 100명에게 5억5,000만원을 제공했다. 옛 에버랜드 때인 2004년부터 12년째 해오고 있는 행사다.
아버지 B씨는 “지방에 살다 보면 희귀난치성 질환인지도 모른 채 지나가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고 지내는 분들이 많다”며 “삼성물산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아이들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