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사이드 스토리] 재계 사회공헌 행렬 이어지는데…

재계 기부방정식은 100:70:50?

"청년희망펀드요? 일단 삼성에서 제시를 해야 저희도 거기에 맞춰서 금액을 정하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청년희망펀드에 1호로 가입한 직후 A그룹에 기부 의사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대통령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청년희망펀드에 성의를 표하기는 해야 하는데 삼성이 '기준'을 세워줘야 금액을 확정 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계에 암묵적인 '기부금 공식이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그룹이 100을 제시하면 현대차그룹이 70~80선을, SK·LG 등이 50 안팎에 맞추는 식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이 비율은 다소 조정되기도 한다.

이번 청년희망펀드에서도 이 같은 재계의 기부금 공식이 재확인되고 있다.

펀드출범 한 달여 만에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이 총 200억원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자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그룹이 총 150억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100대75'다.

이번주 중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부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과 LG그룹은 각각 50억~100억원선에서 기부액을 정할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SK그룹과 LG그룹의 관계자들은 "아직 발표 시기와 구체적인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기부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부 방정식은 지난해 세월호 성금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5월 1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으며 같은 날 현대자동차그룹은 100억원, SK그룹은 80억원, LG그룹은 70억원을 냈다. 이후 롯데그룹 43억원, GS그룹 40억원, 현대중공업 40억원, 포스코그룹 36억4,000만원,한진그룹 30억원, 한화그룹 30억원 등을 기탁했다.

이 같은 재계의 '기부금 방정식'은 암묵적인 관행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금액을 그룹끼리 미리 상의하거나 위(?)에서 하달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선도 기업인 삼성에서 정하면 나머지 그룹들은 사안의 중요도, 회사의 매출·이익 등을 기준으로 '이심전심'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삼성에서 너무 큰 액수를 내겠다고 선언하면 나머지 그룹들이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최근 평창올림픽 후원금에 대해서도 조직위원회와 그룹사 후원금과 관련한 물밑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삼성이 1,000억원을 내기로 이미 약속했고 현대차그룹은 7월 후원협약식을 맺었다. 금액은 8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LG·SK·롯데 등과 조직위원회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식 후원사인 삼성에서 워낙 큰 금액을 제시하다 보니 후원금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혜진·성행경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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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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