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중앙은행 '돈풀기' 2막 여나

美 제조업·고용지표 저조… 버냉키 "현재 수준 유지를"
















미국 경제의 예상 밖 부진에 금리 인상 연기는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와 돈 풀기를 끝내고 금융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릴 것이라는 예측 대신 또다시 자국 경제회복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추가 완화정책 가능성의 진원지는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은 현재 제조업과 고용지표가 좋지 않아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지난 2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망치(2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14만 2,000명 증가에 그친 것이 금리 인상 연기 전망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통신은 특히 트레이더 대부분이 연내는 물론 내년 3월까지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달 24일 연설에서 연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긴축이 아니라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완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전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도 연준이 초저금리를 유지해 완화정책을 당분간 이어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고 고용도 막 시작된 상황인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어 "연준은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설정했다"며 "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완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늦춰지면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각국의 자본유출 우려가 줄어 다른 나라들 역시 추가 완화정책의 여지가 커진다. 당장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확대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0.1% 떨어져 3월 이후 처음 하락세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로빈 브룩스 수석 통화전략가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이전 통화정책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 물가지표는 문제가 있다"며 "ECB가 추가 양적환화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9월 말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약화되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위기에 처한 일본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분기 -1.2%에 이어 3·4분기에도 -1%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8월 근원 CPI는 전년동월 대비 0.1% 하락해 물가상승률도 2년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중앙은행(BOJ)이 현재 연간 80조엔인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시중은행이 BOJ에 예치한 지급준비금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완화정책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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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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