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국 국유기업 '空룡' 되나

고속철 제조사 중궈중처 이어 원자재사 우광-예진커궁 합병

항공·해운·통신분야까지 추진

경쟁력 상실 초대형 기업 합쳐 "독점체제 강화 시장 경쟁 해쳐

시진핑의 경제개혁 기어 후진… 수익 없으면 폐쇄해야" 지적도


중국 국유기업에 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제철·야금 등 과잉생산으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초대형 국유기업에 대해서도 잇따라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 국유기업 합병이 독점체제 강화로 시장경쟁을 해치면서 시진핑 정부의 경제개혁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 국유자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희토류 등의 광산업체 우광그룹과 금속제련 기업인 중국예진커궁그룹 간의 합병안을 승인했다. 두 기업 모두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형 기업이지만 구리·아연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실적이 악화한 상태다. 특히 우광그룹은 중소 희토류 업체를 합병했지만 희토류 가격이 하락하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증권업계는 이들 두 기업이 합병하며 자산 7,000억위안(약 127조원)의 공룡 금속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이들뿐 아니라 철도·핵기술 관련 기업들을 합치고 현재 해운·통신·항공 등 분야에서도 대형 국영기업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6월 중국의 양대 고속철 제조사인 중궈난처(CSR)와 중궈베이처(CNR)가 합병해 세계 지하철 차량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중궈중처'로 재탄생했다. 또 해운 국유기업인 중해집운과 중국원양운수집단도 경영통합을 위한 최종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시장에서는 차이나유니콤과 이동통신의 합병, 남방항공과 국제항공의 합병도 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합병으로 국가대표급 초대형 기업을 만들어 해외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중국 정부의 계획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국유기업 합병이 중국의 경제개혁과 내수소비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초대형 국유기업 간 합병이 시장경쟁을 저해할 뿐 아니라 소비자는 상품을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고 국유기업의 남아도는 산업체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유기업 간 합병이 1+1=2가 되지 않고 1 이하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홍셩 베이징 전측경제연구소 이사는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합병은 경제개혁의 기어를 후진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없는 국유기업은 합병이 아니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국유기업들이 중국 경제를 갉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받고 정부 계열로 은행 대출을 쉽게 받으며 정치력만 키운 상황에서 시장 독점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석유나 은행 등 산업분야에서 너무 높은 진입장벽을 경험해야 했고 시장지배적 입지를 차지한 국영기업들 때문에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유기업의 자산 대비 수익률은 4%로 민간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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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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