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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의 승마속으로] <20> '말 운전대' 고삐 사용법

주먹세워서고삐잡아야 '말' 잘듣는 '말' 돼요

고삐(마디가 있는 갈색 끈)를 쥘 때는 주먹이 세로 형태가 되도록 해야 자세가 안정되고 말에게 보내는 신호의 혼선도 최소화된다. 보조도구인 드로 레인
(검은색 끈)을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고삐보다 약간 길게 잡아야 한다.
상급자들이 선호하는 드로 레인(왼쪽)은 말의 입에 직접 자극이 가해지므로 마르팅게일(오른쪽)에
비해 작은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지만 세밀하게 제어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먹 눕히거나 비틀면 신호 혼선… 잡는 길이에 따라 말 자유도 달라져

팽팽하게 잡은 상태서 컨트롤해야

보조기구 사용땐 약간 길게 잡고 초보자는 마르팅게일 로 시작

익숙해지면 드로레인 착용추천


새벽에 한 동호인께서 다가오십니다. 고삐와 드로 레인(Draw-rein)을 처음으로 같이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십니다.

드로 레인은 처음 들어보시죠. 이것은 말을 굴요시키거나 말의 머리를 인위적으로 잡기 위한 보조도구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설명을 말로 하기가 참 힘듭니다. 말마다 고삐에 연결된 재갈에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 어느 정도 길이로 잡아야 한다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본방법과 원리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고삐는 자동차의 운전대와 비슷합니다. 첨단 자동차의 운전대보다도 훨씬 더 기능이 많습니다. 고삐를 짧게 잡느냐 길게 잡느냐에 따라 말에게 긴장이나 자유를 줄 수도 있습니다. 고삐를 팽팽하게 잡은 상태에서 한쪽 고삐를 말의 몸쪽에 대고 있어 말이 그쪽으로 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지요. 민감한 말은 가는 도중에 주먹으로 고삐를 꼬옥 쥐는 것만으로도 멈추게 할 수 있답니다. 이외에도 다리와 체중 등 여러 가지 부조(명령 수단)와 함께 사용하면 더욱 무궁무진한 기능을 하는 게 고삐입니다.

이런 고삐의 첨단기능을 최적화하려면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손으로 잘못 잡기라도 하면 말의 입을 쓸데없는 힘으로 자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통상 고삐를 잡는 방법은 주먹을 세우고 팽팽하게 잡는 게 기본입니다.

마르팅게일

드로 레인

고삐(마디가 있는 갈색 끈)를 쥘 때는 주먹이 세로 형태가 되도록 해야 자세가 안정되고 말에게 보내는 신호의 혼선도 최소화된다. 보조도구인 드로 레인(검은색 끈)을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고삐보다 약간 길게 잡아야 한다.

주먹을 눕히거나 비틀어 고삐를 쥐다 보면 기승자나 말에게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이 항상 중요합니다.

보통 초보자들이 타는 말들은 드로 레인보다 마르팅게일을 착용하게 합니다. 마르팅게일(Martingale)은 말이 머리를 갑자기 드는 상황을 막기 위한 보조도구입니다. 이를 사용하면 머리를 어느 정도 쉽게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승자의 경력이 늘어날수록 적은 힘으로 더 강한 컨트롤을 하기 위해 드로 레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 강한 컨트롤이라면 더 작은 힘으로 말에게 강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드로 레인을 잘못 사용하다가 말이 뒤집어져 큰 사고가 나는 일도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경험상 고삐를 짧게 잡고 드로 레인을 고삐보다 3㎝ 정도 늘려 잡으면 더욱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주먹의 강도에 대해 어느 정도 몸으로 이해한 단계라면 고삐는 짧게 잡고 드로 레인은 신중을 기해 고삐보다 살짝 길게 잡도록 합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드로 레인 같은 보조도구나 재갈의 종류에 따라 고삐 쥐는 법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사실 고삐를 그냥 잡기도 어려운데 드로 레인처럼 보조도구를 사용하면 손 모양이 달라질뿐더러 보조도구 하나에 따라 다양한 부조를 줄 수 있기에 손의 움직임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 요컨대 보조도구를 하면 할수록 말에게 약한 힘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잘 사용해야 하고 특히 손의 강약조절이나 위치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보통 고삐를 쥐는 방법은 주먹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드로 레인을 고삐와 함께 잡아야 한다면 무조건 쥐고 있는 고삐보다 길게 잡아야 합니다. 보통 전문가들은 고삐와 드로 레인 사이에 새끼손가락을 넣어 쥐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주먹을 세우는 이유는 주먹을 눕히는 것보다 양 팔꿈치를 허리에 붙이기 쉬워 훨씬 보기 좋은 자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자세는 기승자가 불필요한 동작을 덜 하게 돼 순간순간 손의 움직임에 의해 말에게 또 다른 무의식적인 명령을 줄 가능성을 낮춰 줍니다. 손을 눕히거나 뒤집거나 한다면 기승자는 훨씬 편할 수가 있지만 고삐가 뒤틀리기 쉬워 연결된 재갈을 자극할 수 있고 양팔이 벌어져 엉성한 자세가 됩니다.

이젠 조심조심 운전을 해볼까요. 고삐가 주가 돼야지 드로 레인이 주가 되면 절대로 안 됩니다. 특히 말 목의 움직임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데 만약 잘만 사용한다면 '승마감'이 트럭에서 스포츠카로 변화할 것입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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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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