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도체 산업 위기 극복 전략 포럼] "중국 반도체 굴기 맞서려면 시스템반도체 키워야"

한국기업 시장 점유율 5% 안돼

신성장산업포럼
김기남(왼쪽부터) 반도체산업협회 회장, 노영민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에서 발제자 발표를 듣고 있다. /권욱기자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국가 주도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왔습니다. 중국 자본이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일본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최악의 위기가 옵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이사는 최근 한국 반도체 업계에 드리운 중국의 위협을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10일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이 주최한 '위기의 한국 반도체 산업, 대응전략 모색' 토론회에서다. 노영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김기남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 겸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등 이 자리에 참석한 정치권·정부·산업계·학계 주요 관계자들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반도체 코리아'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한국 제조업의 최후 보루이기도 한 반도체 산업을 지키려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등 차별화된 고부가 분야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중국의 메모리 진출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민관이 힘을 모아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앞서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은 무려 600억위안(약 11조원)을 들여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세계적 D램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한 칭화그룹이 아예 중국 본토에 직접 메모리 공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대만이 중국과의 반도체 짝짓기를 가속화하는 상황은 한국 반도체 업계의 근심을 가중시킨다. 이미 TSMC·UMC·파워칩 같은 대만의 주요 반도체 기업이 중국 현지투자를 큰 폭으로 키우고 있다. 또 대만 정부는 그간 제한해온 중국 자본의 대만 반도체 기업 투자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대만이 보유한 우수한 반도체 설계 기업이 중국의 막대한 자본과 만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누려온 독보적 기술우위는 더욱 빨리 뒤집힐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같은 중국의 공세를 막고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지키는 길은 시스템반도체 육성이라고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김기남 사장은 "학계는 반도체 인재를 적극 양성하고 기업은 연구개발(R&D)과 선행투자를 통해 (그동안 미진했던) 시스템반도체의 균형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향후 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향배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는 400조원에 이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고부가 제품이다. 그러나 한국의 점유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의 경쟁력도 매우 낮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가 선정한 2015년 전 세계 50대 팹리스 가운데 한국 기업은 실리콘웍스 한 곳뿐이다. 미국(19개)은 물론 대만(16개), 중국(9개)에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토론에 나선 최종찬 전자부품연구원 본부장은 "팹리스 업계는 '부잣집에서 우등생이 나온다'는 성공의 원리가 갈수록 확고해지고 있다"며 "자본이 모이고 양질의 인재가 배출되는 생태계 조성이 가장 우선해야 할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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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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