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스타인 제니퍼 애니스턴은 3분이면 양치질까지 포함해 샤워를 마친다. 그가 초고속 샤워를 하는 것은 당연히 물을 아끼기 위해서다. 물론 물값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가 사는 곳이 캘리포니아주 벨에어(8월 재혼 전까지는 베벌리힐스)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캘리포니아주, 특히 로스앤젤레스(LA)에서 물을 흥청망청 쓰다가는 큰코 다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A는 강수량을 기록하기 시작한 1877년 이후 지난 4년간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말 그대로 가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 당국은 이미 각 가정과 골프장 등에서 잔디 대신 절수형 식물로 대체하게 하고 물청소와 세차 등 야외 물 사용을 요일별로 제한하는 등 대대적인 물 절약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특히 사람보다 물을 더 먹는 잔디에 대해서는 제거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해 돈을 줘가며 없애고 있다. 가뭄이 특히 심각해진 5월에는 도심 가정마다 하루 물 사용량을 25% 줄이도록 하는 강제 절수에 들어갔다. 이를 위반하면 하루 1만달러(1,1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8월에는 도시의 식수 공급원인 LA 저수지에 지름 10㎝의 검은 플라스틱 공 9,600만개를 들이붓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공이 자외선을 반사하는 원리를 이용해 물 증발을 막기 위해서다.
시 당국이 최근 벨에어의 한 저택에서 시간당 4,921ℓ의 물을 썼다는 사례를 발표하자 시민들이 분노했다. 이곳에서 1년간 사용한 물의 양은 4,542만ℓ로 수도요금으로 9만달러(1억원)를 뿌린 셈이다. 시 당국이 이 집 주인의 신상을 밝히지 않자 일부 시민은 '물 낭비 수사대'를 구성해 무인 항공기(드론)까지 띄우며 물을 펑펑 쓴 얌체들을 색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도 요즘 가뭄으로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 가뭄이 더 무섭다는데 정부가 대책은 마련했는지 걱정된다. 인공강우까지 검토하고 있는 LA의 가뭄 전쟁 매뉴얼을 참조하는 것은 어떨까.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