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고전인문아카데미 프로젝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 2일을 기점으로 6개월 대장정의 분기점을 돌았다.
지난 7월 21일 고척도서관에서 열린 최형선 성균관대 초빙교수의 청소년 대상 강좌 ‘다른 동물들의 삶은 안녕하신가요?(생태계에서 배우는 생존과 공존)’가 첫 테이프를 끊고 2일 현재까지 29개의 강좌가 진행되었다.
올해 3회째 운영하고 있는 고인돌 프로젝트에 2일 현재까지 참가한 청소년과 시민들은 약 5,000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올해는 청소년을 위한 강좌를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14개가 개설되었으며,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교도 지난해보다 약 3배가 늘어난 31개다. 기본적인 통계 수치로 보면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지난해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총 3회에 걸쳐 풍문여고에서 열린 정창권 고려대 교수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조선’에서는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역사 속 장애인’이라는 색다른 주제의 강의가 열려 학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고인돌 강좌는 고전과 인문이라는 교양과 지식의 큰 틀을 기본으로 융복합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역공동체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에서 고품격 시민 인문학 강의를 개설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3년째 운영하면서 고인돌은 이제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인문학 강좌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으며, 수강생 중에는 중장년층 남성과 직장인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고인돌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라는 인문학의 기본적인 교양과 지식은 물론 영화, 미술, 건축, 신화, 경제, 과학, 심리학, 애니메이션, 글쓰기 등으로 교양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시민들의 지적인 갈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강 형식의 1회성 강연 대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3~5회차로 강의 시간을 늘려 전문가와 함께 보다 자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열린 대학으로써의 역할을 하는 것도 고인돌의 특징 중 하나다.
정미연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사무관은 “그동안 공공도서관의 주요 이용자들이 30~40대 여성들이었다면 고인돌 강좌를 통해 중장년층 남성들이 새로운 이용자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번 고인돌 3기에서는 도서관 인근의 학교와의 연계를 확대해 실제적인 지역 공동체의 허브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확장해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강좌는 조선시대의 문화와 미술 그리고 북유럽 신화가 가장 관심을 끌었으며,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강좌가 가장 많이 개설되었다. 지난 7월 28일부터 5주간 정독도서관에서 열린 안인희 박사의 ‘북유럽 신화의 세계’에는 150여명의 시민들이 한여름 무더위를 인문학으로 식히려는 듯 시청각실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또 지난 9월 7일부터 5주간 구로도서관에서 열린 윤철규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의 ‘흐름을 알면 저절로 보이는 조선시대 미술’에는 50대 후반의 부부가 함께 참가해 공부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아내와 함께 공부하러 왔다는 김 모씨는 “5주간 강의를 들으면서 한국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이 떠졌다”면서 “조선시대 미술에 대해 이론적으로 배울 곳이 마땅하지 않던 차에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강좌는 우리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중장년층에게는 사막에 오아시스와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2월 29일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되는 이번 고인돌 프로젝트에는 총 66개 강좌(3~5차시)가 21개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과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열린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