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에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KDI는 예상치 못한 대규모 충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하는 한편 한국은행은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KDI는 9일 발표한 내년 경제전망을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기존 전망(3.1%)을 소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책 연구기관인 KDI도 민간 연구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내년 성장률은 2%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KDI가 내년 경제성장률 공식 전망치를 3.0%로 발표한 것은 세계 경제가 오는 2016년 3.6%의 성장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MF가 매번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6년 (IMF의) 전망치도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라며 "만일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3.1%) 수준에 머무를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6%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책 연구기관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사실상' 2%대로 예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3.2%), 산업연구원(3.0%), 금융연구원(3.0%) 등 모두 3%대를 내놓았다.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전망치도 3.3%다.
KDI는 최근의 내수 회복세를 두고 부동산 경기회복에 기댄 '외발이' 성장이라고 분석했다. 민간 소비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저유가에 따른 구매력 개선, 총소득 증가세를 감안할 때 전반적 회복세는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수출은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KDI가 수정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로 5월 전망치(3.0%)보다 0.4%포인트 낮다. 올 4·4분기 0.7%(전 분기 대비)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건설투자가 내년에도 5% 성장하며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수출부진에 따라 올해(5.2%)보다 낮은 3.5%로 예상했다. 수출부진에 따라 생산이 확대되지 못한 탓이다.
민간 소비의 경우 2.5% 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민간 소비는 가계소득 비중 감소,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소폭 하회하는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수출 증가율은 1.8%의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증가율이 올 들어 11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수출도 기저효과를 빼면 마이너스라는 의미다. 경상수지는 올해(1,110억달러)에 이어 내년(1,050억달러)에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내수개선에 따라 수입(2.9%)은 수출보다 높은 회복세가 기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로 0%대를 벗어나 1%대 초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KDI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불안 등 주요2개국(G2) 리스크를 추가적인 하방 위험으로 지목했다.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금융 건전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더 나올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기적인 대책이 소진됐다"며 "내년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라 구조개혁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2008년 이후 구조조정·구조개혁·디레버리징에 상당히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경제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 중점을 두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KDI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