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소리만 요란한 개혁

정책홍보에 권위 버린 고위공직자… 성과는 없고 불협화음만 속출



요즘 고위공직자들이 언론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정부가 언론과 전쟁을 벌이던 시절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면 지금은 너무 언론 프렌들리하다.

우선 정부부처의 장차관을 만나기가 쉬워졌다. 솔직히 말하면 그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할 때가 더 많다. 갑자기 일정이 잡히는 경우도 많아 사전에 돼 있던 약속을 연기하기도 한다.

새로 장차관이 바뀌면 으레 언론사 데스크와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현안을 설명하고 정책을 홍보한다. 이슈가 생길 때도 설명회 자리를 만든다. 장차관 명의의 문자메시지도 수시로 온다. 데스크뿐만 아니라 현장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도 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부처 실·국장들은 더 바쁘다. 정책비판 기사만 나가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해 해명하기 일쑤다.

이런 노력들을 굳이 '홍보평가제' 때문이라고 치부할 생각은 없다. 정책홍보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점수화해 장차관과 부처를 평가하는 홍보평가제가 도입된 후 그 빈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을 수시로, 그리고 자세히 설명하려는 게 결코 비난받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책홍보에 장차관들이 직접 나서는 모습에서 권위를 내려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들어 싫지 않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다음의 감흥이 없다. 더 이상의 진전은 없고 불협화음만 터져 나온다. 어떤 정책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뒤 발표하는 것인지 한심스럽고 같은 부처 내에서 나타나는 혼선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진 후 한 발도 나가지 못하는 노동개혁 문제가 그렇고 얼마 전 내놓은 저출산 고령화 시책은 오히려 논란만 자초한 꼴이 됐다. 그에 대한 반응이 어떠한지는 인터넷 댓글방만 좀 들여다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젊은 민심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맞선 주선' 등을 포함시켜 빈축을 자초하더니 초혼연령을 낮춘다는 구실로 초등학교 입학시기를 1년 당기고 초등학교와 중고교 기간을 1년씩 줄이는 학제 개편안까지 제시하면서 젊은 층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과과정 수정 등 교육계의 혼란과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애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의 걱정은 별도로 하더라도 대학생 대부분이 미성년자로 바뀌게 돼 미성년자 나이, 선거연령 등도 손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고민이나 해봤는지 의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사파문으로 이사장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국민연금 사태와 2개월 만에 취소된 개별소비세 인하,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라면서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대우조선 사태의 이율배반, 신청기업이 달랑 한 곳뿐인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제 등등 무언가 서툴고 앞뒤도 맞지 않는다. 심지어 공공기관의 장난감 대여사업과 관련해 민간영역 침해여부에 대해 심의하는 와중에 지자체 관련 사업을 우수사례로 상까지 주는 해프닝을 벌인 부처도 있다. 어느 결재 라인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내부는 챙기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책홍보보다는 현안을 먼저 챙기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얘기다. 언론에 프렌들리한 것도 좋지만 현장에 프렌들리하면서 그 속에서 문제점을 찾고 갈등을 해소하는 모습이 더 보고 싶다. 무엇보다 몸을 던져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개혁 피리소리는 요란한데 춤추는 곳이 없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이용택 사회부장(부국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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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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