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끝을 알 수 없다'
해양플랜트 부실 얘기다. 3~4년 전 수주 당시 '세계 최초', '세계 최대'로 주목받았던 해양플랜트는 미답의 길답게 적자가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조차 어려운 애물단지가 됐다. 투자자들을 위해 기업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조선업체에 대해서는 "도무지 합리적인 실적 추정이 어렵다"며 혀를 내두르는 판이다. 26일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조선업계 3·4분기 실적발표 역시 해양플랜트 손실의 늪에서 탈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3·4분기 매출액이 전분기보다 8.7% 줄어든 10조9,184억원,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적자폭이 확대된 6,784억원, 4,5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4·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2,000억원대 적자를 낸 뒤 다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자 시장도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실적악화의 주범은 역시 해양플랜트로 반잠수식시추선 계약 취소와 앞으로 해양부문 예상 손실 충당금을 반영한 것이 적자를 키웠다. 현대커민스와 중국 건설장비 부문 등 부실법인을 정리하는데 든 구조조정 비용도 손실로 처리됐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보수적으로 부실을 반영한 만큼 4·4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사업구조를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며 "일반 상선분야가 흑자를 기록했고 해양부문 손실도 모두 반영한 만큼 실적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3·4분기 매출액 2조4,364억원, 영업이익 846억원, 순이익 5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4분기보다 매출은 69.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했다. 전사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해양플랜트 '익시스' 프로젝트 공사비 추가정산 등이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 분기 1조5,000억원 대 적자에서 탈출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5.3%, 53.4% 급감한 것으로 여전히 암울한 성적이다.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3조원대 적자에 이어 이번에도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연간 기준으로 7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부실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중소형 조선사는 1~2년 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 속에서 이익을 내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통해 당분간 시간을 번 가운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STX조선해양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등 STX조선 채권단은 다음 달 실사 결과를 토대로 구조조정 방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