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매각설과 부인 공시가 잇따라 시장을 흔들었던 17일 삼성 직원들이 또 한번 불안감에 휩싸였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한화·롯데 등에 매각되기는 했지만 이번에 매각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카드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무 직원들 사이에서는 추가적인 계열사 매각과 사업재편 가능성이 그간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던 금융 부문에서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방위산업과 화학계열사 매각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비용감축, 지원인력 현장 재배치, 금융계열사 사옥매각 같은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분위기"라며 "부인 공시로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겠지만 언제든 매각설이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삼성카드 매각설이 잦아들지 않는 것은 삼성카드의 최대 주주가 금융 부문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의 1대 주주는 지분 37.5%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삼성카드와 달리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은 1대 주주가 모두 삼성생명이다.
삼성그룹이 금융 부문의 지배구조를 삼성생명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는 만큼 삼성카드 역시 계열사 간 지분매각 등을 통해 삼성생명을 최대주주로 세우거나 아예 매각을 통해 삼성그룹 금융계열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삼성카드의 향후 영업전망이 장밋빛이 아니라는 점 역시 매각설이 나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5.97%로 업계 2위다. 1위 사업자인 신한카드(20.18%)를 따라 잡기에는 격차가 크다. 체크카드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삼성카드의 점유율이 13.59%로 하락한다.
전업 카드사로서 신한·국민·KEB하나 등 지주 체제하에서 전방위 영업전략을 펼치는 은행계열에 비해 연계 마케팅 등을 펼치기 불리한 탓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이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결정한 데 이어 대출 수수료 인하 압박까지 커지면서 앞으로 수익을 눈에 띄게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삼성카드 매각설이 재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계열 카드사에서 보면 삼성카드는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전업 카드사와 은행계열 카드사 고객은 많이 겹치지 않고 무엇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법인카드 수요와 넓은 마케팅 제휴 영역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NH농협금융의 경우 지방에 고객 기반을 두고 있어 수도권 기반이 탄탄한 삼성카드를 사들일 경우 여러모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카드를 당장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재편 중이기는 하나 삼성카드는 돈을 못 버는 계열사가 아니다"라며 "또한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성페이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인데 삼성카드를 팔지 과연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하나카드의 경우 외환카드와 합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농협금융은 아직 정부 출자금도 다 갚지 못한 상황이라 다른 카드사를 인수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영현·김영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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