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 하반기 최대 과제로 노동개혁과 함께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을 내세웠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액션플랜도,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는다. 마땅히 퇴출돼야 할 기업들이 돈줄을 잡아 연명하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을 수술하고 책임질 그 '누군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국회는 구조조정의 당위성만 외칠 뿐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부 뒤에 꽁꽁 숨어 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정부대로 책임질 일을 회피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은 점점 머나먼 일이 돼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골든타임이 흐르는 동안 올해 말 또는 늦어도 내년 초에 단행될 미국의 금리인상은 가계부채와 함께 기업부채의 폭탄을 터트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의 15.6%가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면서 금융지원을 받는 좀비기업이다. 무려 건설업종은 41.4%, 조선업종은 26.2%가 좀비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총부채는 2015년 1·4분기 말 기준 2,347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조원이나 불어났다. 이는 2014년 같은 기간 증가액(55조원)의 두 배에 달한다.
정부는 대기업이 쓰러지면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경제 전체가 무너진다는 논리로 구조조정이 가급적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특정 지역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과 정부의 합작품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고 하자 거제 지역의 여야 정치인과 노조가 찾아와 항의했다"면서 "국민 세금을 걷어 특정 지역을 살리는 데 쓰는 셈"이라고 털어놓았다.
/임세원·조민규기자 w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