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수지 여사, 미얀마 군부에 대화 제안…정국 주도권 확보 포석

미얀마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끄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11일 총선 압승 전망의 여세를 몰아 군부 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대화를 제안하는 등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이날 하원 의원에 당선 확정된 수지 여사의 대화 제의에 테인 세인 대통령과 군부도 응해 조만간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AFP·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수지 여사는 테인 세인 대통령과 민 아웅 흘라잉 육군참모총장, 슈웨 만 국회의장 등 3명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수지 여사는 이들 3명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총선에서 시민은 자신들의 뜻을 표현했다”며 “다음 주에 당신들 편한 시간에 만나 민족 대화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예 흐투트 공보장관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 발표 후에 만나자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의 결과 발표에 따라 나는 총선에서 앞서고 있는 당신과 NLD를 축하한다”며 “선거 결과를 존중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 내무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선거 절차가 끝난 이후 지도자들이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썼다. 슈웨 만 국회의장의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수지 여사의 편지를 받았다며 국회의장이 회동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지 여사가 대화를 원한 시점이 다음 주이고 테인 세인 대통령 측도 공식적인 선거 절차가 끝난 후 회동을 하자고 한 점을 미뤄 양측의 만남은 18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는 투표 후 열흘이 지난 18일께 공식 집계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는 투표소가 4만 곳이 넘는데다 국토가 넓고 소수민족 반군이 장악하는 오지도 많아 개표 집계와 검표가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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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여사의 대화 제안은 NLD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NLD가 이번 선거에 대승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미얀마의 최대의 정치세력인 군부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군부는 헌법을 통해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있어 개헌, 주요 정책에 대해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수지 여사는 헌법에 막혀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없지만 ‘대통령 위의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군부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한편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한 수지 여사는 이날 당선이 확정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수지 여사가 지역구인 양곤 외곽 코무에서 5만4,676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개표 3일째인 10일 오후까지 하원 선거구 88개, 상원 선거구 33개, 지방의회 선거구 212개에서 개표가 끝나 NLD가 하원 78석, 상원 29석, 지방의회 의석 182개를 얻었다. 선관위는 11일 추가로 개표 결과를 발표했으며 NLD는 이날까지 개표 완료된 상하원 의석 184개 중 164개를 획득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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