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의 시성(時聖) 두보는 오랜 친구와 좋은 술만 있다면 먼 남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마도 친구와 술 한잔을 건네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시가 주는 흥취 못지않은 즐거움을 안겨주기 때문일 테다. 소주는 그런 면에서 혼자 마실 때보다 친구와 함께 잔을 나눌 때 가장 정겨운 술이다.
국내 1위 소주 브랜드 '참이슬'을 판매하는 하이트진로에서 젊은 층을 겨냥한 팝업스토어를 홍대 부근에 열었다. 이번이 3번째이지만 40일 동안만 문을 연다는 소식에 지난 16일 '불금' 저녁에 서둘러 들러봤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10분쯤 걸어가자 독특한 인테리어를 두른 이슬포차가 눈에 들어왔다. 홍대 정문 부근에 자리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한산한 골목에 위치한 유명 주점을 팝업스토어 장소로 낙점했다. 2개 층과 테라스, 마당을 이용해 예전보다 공간이 넓었다.
매장직원인 '이슬크루'의 안내를 받아 2층 테라스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수저 포장재부터 소주잔까지 이슬포차 자체 식기로 테이블 세팅하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기존 제품을 활용해 이색 메뉴로 재구성했다. 소주파, 맥주파, 섞어파, 안주파 등 방문자의 취향에 따라 소주 참이슬, 맥주 맥스, 과일맛 소주인 자몽에이슬 등의 조합을 달리한 다양한 세트를 선택할 수 있다.
참이슬 후레쉬와 자몽에이슬을 한 병씩 주문하자 마치 와인처럼 소주병이 얼음통에 담겨 나와 마지막 잔까지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다. 특히 참이슬과 자몽에이슬을 활용한 칵테일 메뉴가 눈에 띄었다. 탄산, 아이스크림, 과즙 등과 조합한 소주 칵테일부터 소주를 기본으로 하는 폭탄주까지 소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소주 마니아 등 모든 방문객의 취향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매장 안에서 수시로 열리는 게임도 이색적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당 하나씩 제공되는 '이슬코인'으로 경품 추첨에 참여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참이슬 광고모델 아이유의 콘서트나 연애 특강, 안주 요리교실 등도 기존 주점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다.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이슬포차는 당시 40일 동안 1만명이 방문했고 올해 5월 선보인 두 번째 이슬포차는 몰려드는 방문객에 운영기간을 2주나 연장했다. 이번 '시즌 3'는 서울 홍대입구와 대치동, 부산 등 3곳에서 손님을 맞는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새로울 게 없는 소주지만 이슬포차는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모두 겨냥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였다. 좋은 술과 오랜 벗 외에 편안한 장소가 모두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이강우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소주는 나이 든 사람들이 찾는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이슬포차'는 주류업계의 변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많은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이슬포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팝업스토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