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로봇 배우

지난 6월6일 미국 시카고의 US셀룰러필드에서 열린 화이트 삭스 경기에 투수 로봇이 깜짝 등장했다. 미니 다관절 로봇 'LR 메이트 200iD'는 화이트 삭스의 마스코트인 사우스포로부터 볼을 건네받아 어깨를 푸는 준비동작을 거쳐 스트라이크존을 정확히 꽂는 시구를 날렸다. 로봇은 시구를 마친 후 두 주먹을 쥐고 인사까지 올려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호텔에서는 '사비오케 릴레이(Savioke Relay)'라는 로봇이 룸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1m 크기의 로봇은 입력된 시간에 맞춰 고객의 방을 찾아 물품을 배송해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로봇은 방에서 흐트러진 민낯을 보여도 거리낌이 없다는 이유로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시장조사기업 가트너는 2018년이면 300만명의 노동자가 '로봇상사(roboboss)'의 통제를 받는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봇상사는 아무런 사심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부하의 실적을 정확하게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거나 보너스를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부품이나 조립하던 로봇이 사람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냉혹하게 인사평가까지 내리는 날이 다가오는 셈이다. 하긴 로봇이 인공지능을 갖추고 투자분석가나 변호사·기자 같은 전문직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세상도 그리 머지않은 일이다.

성인 여성 모습의 '로봇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이다. 하얀색 고무 피부와 생머리를 자랑하는 '제미노이드 F'는 표정 연기는 물론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고 한다. 감독은 로봇 여배우가 불평 한마디 없었다면서 일반 배우와 작업하는 것보다 더 쉬웠다고 털어놓았다. 21세기에 살아남을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범접하지 못할 영역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흔히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지만 잡다한 업무를 가져가면 더 생산적인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나만의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가 닥쳐오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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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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