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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의 승마속으로] <17> 구보의 응용

고삐 살짝 풀고 마체 강하게 누르면 길게 뛰어

수축구보전재식코치
보폭이 크고 말의 몸이 쭉 뻗은 신장 구보(오른쪽)와 보폭이 좁고 몸이 웅크려진 형태의 수축 구보.
신장구보김균섭선수
보폭이 크고 말의 몸이 쭉 뻗은 신장 구보(오른쪽)와 보폭이 좁고 몸이 웅크려진 형태의 수축 구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보는 단순히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속도나 리듬감에 대해서는 이해가 충분하지 못했던 거죠. 속도를 줄이려면 고삐만 당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교관님의 설명에 의하면 구보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고삐가 팽팽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어깨만 약간 뒤로 젖혀도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구보도 앞서 설명한 평보·속보에서와 마찬가지로 보통·수축·신장의 세 가지로 구분해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말의 몸과 보폭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연습을 하면 말에게도 운동이 되고 기승자는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을 펼칠 때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수축 구보는 수축 속보와 비슷하게 보폭을 줄여 보통 구보보다 말의 등이 위쪽으로 휘어지고 고개가 약간 숙여진 상태로 뛰는 걸음입니다. 통상 분당 320m를 가면 보통 구보, 420m까지 가면 신장 구보로 봅니다. 수축 구보는 속보에서 말을 줄이는 것과 비슷하지만 속보보다는 속도감이 더 있어 보폭과 몸을 줄이려고 어깨를 뒤로 하면서 고삐를 대책 없이 당기다 보면 말에게 재갈의 고통만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수축 구보를 하는 방법은 속도를 줄임과 동시에 말을 수축시키기 위해 발로 말의 옆구리를 꾹 눌러 케첩 짜듯이 밀어주는 겁니다. 스프링이 눌려 휘어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발과 어깨의 신호 강도를 동시에 적용시켜야 하는데 처음에는 생각처럼 쉽지 않답니다. 우선 이론을 이해하고 몸으로 직접 느껴야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말을 제어하면 결과적으로 말의 속도가 줄어드는 동시에 말이 한 발자국씩 탄력적으로 뛰게 됩니다.

신장 구보는 큰 걸음으로 가기 위해 보통 구보에서 당겨진 고삐를 살짝 풀고 다리로 더욱 마체를 자극해줍니다. 이때 속도가 빨라질수록 보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구보의 형태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구보에서도 반드시 기좌(sitting·앉는 자세)를 잘 잡은 상태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보법은 기좌가 안정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정된 자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몸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방법도 익히고 더 나아가 장애물이나 더 어려운 기술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참고로 습보(Gallop)가 있는데 이건 보통 경마에서 하는 전력질주를 가리킵니다. 최대 보폭을 활용해 최고 속도를 내는 보법이죠. 구보의 연장으로 볼 수 있고 '뒷다리가 지면에서 거의 떨어지려 함-뒷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짐-앞다리가 지면에서 거의 떨어지려 함-앞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짐'의 네 번에 걸친 발놀림으로 이뤄집니다. 기승자는 안정적으로 말을 끊임없이 앞으로 몰아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강인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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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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