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감소 등으로 위기에 빠진 도시바와 후지쓰·바이오(소니에서 분사) 등 일본 개인용 컴퓨터(PC) 3사가 생존을 위해 통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3사의 PC 사업이 통합되면 30%가 넘는 점유율로 NEC레노버(26.3%)를 제치고 시장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들 3개 업체는 PC 사업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에 착수했으며 연내 기본 합의를 이룬 뒤 내년 4월 새 법인 체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 형식은 바이오가 존속회사가 되고 각사가 여기에 출자한 뒤 사업을 이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기존 임직원들 역시 통합법인으로 고용이 전환되며 국내 조직뿐 아니라 해외 조직, 연구개발(R&D)과 생산 및 영업 조직도 하나로 합친다. 도시바·후지쓰·바이오의 최대주주인 투자펀드 일본산업파트너(JIP)는 새 회사법인에 각각 30% 정도를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사 통합은 회계부정 스캔들로 큰 타격을 받은 도시바의 구조조정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가속되는 PC시장 축소라고 신문은 전했다. PC 업계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기가 속속 등장하는데다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운영체제(OS)인 '윈도XP' 지원 종료 선언 이후 누렸던 PC 교체 특수도 끝나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윈도XP 지원 종료에 따른 교체수요에 힘입어 지난 2013년과 지난해 모두 판매량이 1,500만대를 넘었으나 올해는 1,0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PC시장도 2011년 3억6,380만대가 출하돼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위축되는 상황으로 올해 이후 시장 규모는 3억대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환경이 악화되자 소니는 지난해 7월 PC 사업을 '바이오'로 독립시켜 일본산업파트너에 매각했다. 후지쓰 역시 10월에 PC 사업 분사를 결정하고 내년 봄 새로운 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다. 도시바도 회계부정이 발각되면서 PC 사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회계부정이 발견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PC 사업 부문에서 부풀려진 이익은 578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문서작성이나 정보열람 등이 필요한 기업과 가정의 PC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3사는 통합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통합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다 부품 조달 업체와의 협상력을 높여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3사 간 협상 과정에서 통합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통합이 백지화될 수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미국 리서치 회사 IDC에 따르면 글로벌 PC 시장에서는 중국 레노버, 미국의 HP와 델 3사가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후지쓰와 도시바·바이오 등 3사의 점유율은 약 6%로 세계 6위인 미국 애플(6.3%)에 조금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