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촉법 시한연장 개정안 통과 절실

효율적 구조조정 돕는 기촉법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 '학철부어( )'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가난한 장자가 위나라 군주 감하후에게 쌀을 꿔달라고 했다. 그러자 감하후는 나중에 세금을 거두는 대로 삼백 금을 줄 테니 기다리라고 답했다. 화가 난 장자는 "수레바퀴 자국에 갇혀 숨을 할딱이는 붕어에게 필요한 것은 먼 곳의 강물이 아닌 단 한 바가지의 물이다"라고 비아냥댔다.

바퀴 자국 속에 갇힌 붕어처럼 한국 경제도 도약이냐 침체냐를 가를 골든타임에 놓여 있다. 미끄러운 경사면에 섰다는 말도 나온다. 까딱 잘못하면 끝까지 미끄러져 다시는 못 올라올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 신호는 여러 지표에서 감지된다. 제조업은 통계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10개월, 13개월 연속으로 감소해 5년 만에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어렵게 됐다. 부실기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숨을 할딱이는 기업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 2009년 12.8%에서 2014년 말 15.2%까지 치솟았다. 이들 기업을 살릴 마중물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나마 있던 한 모금의 물마저 사라질 위기다.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연말이면 일몰돼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이후 신속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2001년 제정돼 기업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돼왔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기업의 경영성과가 그 효과를 증명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워크아웃 졸업기업은 워크아웃 개시 시점보다 매출액은 9.8%포인트, 영업이익률은 12.4%포인트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354.9%포인트 감소하고 이자보상비율은 339.6%포인트 증가해 재무상태가 뚜렷이 개선됐다.

만약 기촉법이 일몰되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은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정관리로 회생절차를 밟거나 채권금융기관 간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통합도산법에 의한 회생절차는 기촉법에 비해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구조조정 절차에 채권금융기관만 참여하는 기촉법과 달리 회생절차는 금융기관·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인이 참여한다. 이에 따라 조정시간이 많이 걸리고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조치가 적시에 이뤄지기 어렵다.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약 방법도 국내 금융시장과 구조조정 시스템이 자율협약에 맡겨둬도 될 만큼 충분히 성숙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실제 기촉법 공백기였던 2006년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채권단의 100% 동의를 얻지 못해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을 못했고 결국 부도를 맞았다. 당시 기촉법이 유효했다면 채권단 75%만의 동의로 워크아웃에 의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었을 테고 살아나는 기업 수는 늘어났을 것이다.

비단 기업만이 아니라 은행 등 구조조정 이해관계자들도 기촉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워크아웃이 경영정상화에 유용하다고 했고 76%는 법정관리에 비해 워크아웃을 선호한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기한을 연장하는 기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그동안 지적돼온 형평성·재산권·사적자치 침해나 관치금융 문제도 모두 보완을 마친 상태다. 기업들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재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주기 바란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