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화학·케미칼 위로금 320억·480억 예상
최대주주 삼성SDI가 일부 감당할 가능성 커
엔지니어링 유증 참여땐 1500억 이상 투입도
조남성 사장, 예상 외 지출 규모·조직 단속 숙제로
삼성SDI가 롯데와의 화학사업 빅딜 이후 이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지분(14.65%)과 케미컬 사업 부문을 떼어 롯데그룹에 넘기면서 2조8,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지만 이에 비례해 뜻하지 않은 지출 규모도 커지고 있어서다. 옛 제일모직과의 조직 합병 이후 채 2년도 안 돼 또다시 회사가 갈라지면서 흔들리는 조직을 단속하는 것도 조남성(사진) 삼성SDI 사장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최우선 과제는 삼성정밀화학 임직원에 대한 위로금 문제다. 삼성정밀화학 노조가 사측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 위로금 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사 최종 인수 시점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삼성 안팎에서는 지난해 한화그룹으로 넘어간 옛 삼성테크윈의 위로금 지급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을 한화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1인당 5,500만~6,000만원의 직원 위로금을 내부 책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테크윈 경영진이 이 같은 지침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결정이 틀어졌다.
삼성테크윈 경영진은 내부 자금으로 막대한 위로금을 지출할 경우 소액주주 등이 나서 배임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에 따라 직원 퇴직금 규모를 1인당 4,000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2,000만원을 삼성테크윈 대주주였던 삼성전자가 물어주는 방식을 다시 제안해 가까스로 경영진을 설득했다.
이런 방식이 삼성정밀화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삼성SDI가 위로금 일부를 감당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정밀화학의 임직원은 약 800여명선으로 이들에게 4,000만원씩 위로금이 지급된다고 가정하면 32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동시에 롯데로 적(籍)을 옮기는 삼성SDI 내 케미컬 사업 부문 임직원에 대한 위로금도 내년까지 마련해야 한다. 해당 사업부문 직원 수는 1,200여명으로 역시 4,000만원의 위로금을 가정하면 480억원의 지출이 예상된다. 이는 올해 3·4분기 삼성SDI가 올린 영업이익(179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을 지원해야 하는 숙제도 떠안고 있다.
삼성SDI가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사업 부실에 따라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고 주주배정 방식으로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를 갖고 있으며 유증에 참여할 경우 1,5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삼성SDI 상무는 "현시점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으나 1대 주주로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흔들리는 조직을 안정화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 삼성SDI의 지원 조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의 그늘에 밀려 '서자' 신세에서 벗어나 롯데로 옮겨 중심 사업으로 거듭나서 '적자'가 되느냐"는 말이 회자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결국 삼성SDI를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삼성전자에 입성하는 날을 기다릴지 아니면 위로금을 챙겨 롯데케미칼로 옮길지를 두고 고민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삼성SDI가 간판을 내릴 수 있다는 갖가지 설(說)이 돌고 있어 차분히 맡은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룹의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는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삼성SDI의 추가 재편설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서일범·이종혁기자 squi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