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IPCC 선거를 끝내고

이회성 박사 IPCC 의장 선출… 민관 한마음으로 노력 결실

정홍상 기상청 차장

얼마 전 IPCC 총회에서 의장으로 우리나라의 이회성 박사가 선출됐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기후 변화와 관련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방향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거의 모든 유엔 가입국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우리 한국인이 선출된 것이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에 남미 모 국가의 대표가 필자를 찾아와 축하인사를 건네면서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 IPCC 의장 세 사람이 만나면 한국어로 대화해도 되겠다며 부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말을 들으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리 크지도 않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국제기구 수장을 세 사람이나 탄생시켰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경쟁 상대가 미국·벨기에·스위스 등 쟁쟁한 국가들이었고 각 정부가 높은 수준으로 지지외교를 펼쳐 선거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 내외의 많은 분이 마음과 힘을 합쳐줬기에 당선이 가능했다고 본다. 우선 정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덟 차례나 정상회담에서 지지를 부탁할 정도로 관심을 가져줬다. 기상청·외교부·환경부 실무자들도 거의 1년의 선거활동 기간 내내 긴밀하게 협조했다. 외교부 장관, 환경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와 해외 주재 대사관들도 적극적으로 해당 정부 대표들을 만나 설득했다. 후보와 정부 대표들은 남태평양 지역까지 세계 각지의 주요 국가들을 순방하며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민간 자문위원들도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조언하고 뛰어줬다. 대외경제연구원에서는 기꺼이 기상청과 공동으로 관련 국가 대표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포럼을 열어줬다. 국제교류협력단(KOICA)과 KOTRA도 해외지사들을 활용해 도와줬다. 정식 외교관계가 아직 수립돼 있지 않은 쿠바에서는 현지 주재 KOTRA 무역관이 뛰어줬다. 명예영사들도 발벗고 나섰다. 영향력 있는 해외 인사들에게 측면 설득을 부탁하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한다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

크로아티아 총회 현장에서도 원 없이 뛰었다. 우리 대표단은 매일 아침 대책회의를 하면서 나라별로 표를 점검하고 활동방향을 상의해나갔다. 필자는 수석대표로서 첫날 우리 대표단에 두 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성(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우리의 높은 전통정신을 살려서 해보자는 당부였다.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이뤄짐을 믿자고 했다. 다른 하나는 상대에 맞춰 설득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일종의 고객중심 접근이다. 대표단 한 사람 한 사람이 아침부터 밤 늦게 까지 열성적으로 뛰어줬다. 선거 직후에 다른 나라 대표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그 중 많은 대표가 우리 대표단의 선거활동이 잘 이뤄졌고 인상적이었다고 말해 흐뭇했다.

IPCC 의장직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다양한 국가들의 목소리를 잘 수렴해 컨센서스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IPCC는 과학자들이 모여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를 정리하는 일을 하므로 의장이 특정국가의 정치적 입장에 영향을 받는 것은 금기시된다. 정부는 의장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하며 필요한 측면 지원은 해나가야 한다. 의장직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조인력과 활동비 등도 지원해야 한다. IPCC는 과학자들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하는 독특한 조직이며 필요한 최소 인력은 의장이나 워킹그룹 의장 출신 국가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도로나 병원 건설 프로젝트처럼 큰 금액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회성 의장은 의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갖춘 분이다. 그가 의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전 세계 국가들, 특히 우리를 아낌없이 지지해준 개발도상국들이 의장을 역시 잘 뽑았다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정홍상 기상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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