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금융개혁 사외이사에서 시작돼야

주주·고객 위한 경영진 견제 역할… 금융사 건전성 수호 위해 중요


지주 회장과 계열 은행장 사이의 갈등으로 시끄러웠던 KB사태가 마무리된 지도 이제 1년이 지나고 있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에 이어 2014년 KB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정말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사외이사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사외이사는 주주와 고객을 위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이 그릇된 판단을 한다면 브레이크를 걸고 경영진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사업도 건전성에 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반대해야 한다. 내부 경영진에 대해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목표를 수립하고 그 성과를 평가함으로써 경영진이 단기 성과를 내려고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해 결국 회사의 건전성을 해치는 일을 막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사외이사 역할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제 역할을 해야만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덕분에 최근 뉴욕 월가의 이사회 회의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감독청(OCC) 감독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사회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참관하고 사외이사들과 수시로 면담해 이들이 리스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체크하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그간 우리나라의 감독당국은 금융회사 검사시 경찰이 용의자를 수사하듯이 서류와 장부를 일일이 뒤져 법규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임직원을 직접 제재하는 데만 치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부실이 발생한 경우 사후에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검사역들이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장기적인 회사 이익을 도모하고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기보다 규정을 형식적으로 지키는 데만 치중하는 이른바 보신주의를 유발했다고 생각된다.

사실 나는 2011년부터 한 지방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 나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았는데 솔직히 감독기관의 면담 요청은 부담스러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감독당국이 개혁을 외치며 현장소통 강화와 선진 감독기법 실행의 일환으로 면담을 한다고 하니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증도 생겼다. 면담은 금융감독원 임원과 부서장이 지방까지 내려와 이뤄졌는데 우려했던 일방통행식 지적 행태는 없었다. 금융감독의 개혁방향과 지배구조법 개정 등 최근 감독제도 변화뿐 아니라 내가 속한 금융그룹의 구조적 어려움과 비전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금감원은 이제 사외이사와 면담하고 거기서 논의된 사항을 반영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을 개선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개혁에서 이러한 검사방식의 변화는 환영할 만하다. 단순히 검사 횟수를 줄이거나 제재 수위를 낮추는 등 검사 강도를 업계친화적으로 완화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금융개혁은 아닐 것이다. 이에 반해 금감원 사외이사와의 면담은 소통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게 감독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금융감독 개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사외이사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데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금융회사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고객에 대한 금융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사외이사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과 신뢰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금융동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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