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상권 신사동 가로수길 월세 압구정 로데오거리 2배 수준
신촌 8년간 월세 18~32%↑… 홍대상권은 최고 56% 상승
'걷는 거리' 표방 차로 폭 좁히자 고객 상당수 불편함에 발길돌려
차별화 제대로 안된 탓도 한몫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서울 주요 상권의 8년간 임대료 변동 추이를 의뢰한 결과 압구정·신촌 상권의 쇠퇴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반면 압구정 주변의 가로수길 상권과 신촌 인근의 홍대 상권은 원조 상권(압구정·신촌)을 앞선 지 오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압구정·신촌 상권의 쇠퇴를 가져온 것이 다름 아닌 '차 없는 거리'라는 점.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차 없는 거리는 자동차의 접근성을 제약하면서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곳곳에 차 없는 거리가 생겨나면서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전통 상권과 신흥 상권, 차이는=신흥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은 원조 격인 압구정 로데오 상권을 이미 2013년에 제쳤다. 현재 가로수길 월세는 로데오거리의 2배 수준에 이른다.
실제로 가로수길의 2012년 점포 1㎡당 월세는 로데오거리의 7년 전 수준이었지만 3년 만에 17만~53만원에 달해 로데오거리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아울러 신촌(이화여대 인근 포함) 상권의 경우 지난 8년간 월세가 18~32% 오르는 데 그쳤고 권리금도 사실상 반 토막 났다. 반대로 홍대 상권은 지난 8년간 월세가 최고 56% 상승했다. 홍대의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연남동 등지로 상권이 확장되는 추세다.
◇상권 흥하고 쇠퇴한 이유 보니=전문가들에 따르면 압구정 상권 쇠퇴는 '걷는 거리'를 표방하면서 인도를 늘리고 차로 폭을 확 줄인 데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차를 이용하는 고객 상당수가 이를 불편해하며 가로수길로 넘어간 것.
신촌 상권 역시 차 없는 거리가 쇠퇴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한때 '차 없는 거리' 콘셉트가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곳곳에 차 없는 거리가 생겨나면서 차별화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걷는 거리' '차 없는 거리'라는 개념만으로는 상권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강남이든 강북이든 하나의 상권이 인기를 끌면 유사한 거리가 인근에 우후죽순 생겨나며 차별화되기 어렵다"며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강남 빌딩에 주목했지만 이제는 성수동이나 이태원·마포구 빌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co.kr